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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시들… 실탄 부족… 日ㆍ中 ‘환율정책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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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시들… 실탄 부족… 日ㆍ中 ‘환율정책 굴욕’

입력
2016.02.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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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마이너스 금리 처방 실패

엔화 강세ㆍ주가 폭락… 아베노믹스 비관론

中 외환보유액 4년 만에 최저

투기세력과 전쟁… 3조弗 붕괴 우려도

위태로운 경기 방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환율정책이 좀처럼 약효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저유가ㆍ저성장ㆍ저물가 공포 등이 맞물린 이른바 ‘칵테일 위기’ 속에 오히려 이들의 의도와는 정반대 시장 흐름이 연출되면서 경제 대국으로서의 체면은 물론, 미래마저 의심받는 상황에 몰렸다.

마이너스 금리에도 엔화 강세… 아베노믹스 휘청

한국과 중국의 설 연휴 기간에도 문을 연 일본 증시의 닛케이지수는 9일 -5.4% 폭락에 이어 10일에도 -2.31%의 ‘역대급’ 하락세를 보였다. 2014년 10월 이후 1년3개월 만에 1만6,000선을 내준 닛케이지수는 이날 장중 한때 1만5,500선도 무너졌다.

주가 폭락의 1차적 배경은 급격한 엔화 강세다. 엔ㆍ달러 환율은 지난달 29일 일본은행의 전격적인 마이너스 금리 도입 소식에 달러당 121.14엔까지 급등(엔화 약세)했다. 하지만 다음 거래일(이달 1일)부터 연일 하락세(엔화 강세)로 돌아서 10일에는 장중 114엔대까지 떨어졌다. 불과 8거래일 만에 통화가치가 6%나 급등한 것이다.

일본은행이 당혹스러워 하는 건 이런 상황이 당초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의도와는 정반대 결과라는 점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로 엔화 추가 약세를 유도해 증시와 경기ㆍ물가 부양을 꾀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마이너스 금리 발표 직후 저유가와 중국경제 불안, 지정학적 위기감 등이 맞물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심리가 한층 강화되면서 안전자산인 엔화로 자금이 몰려 오히려 엔화가치가 급등한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급기야 일본의 장기(10년 만기) 국채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떨어뜨렸다. 9일 사상 최초로 장중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0일에도 장중 마이너스(-) 0.041%까지 떨어졌다. 투자자들의 심리가 ‘안전자산(국채)을 보유할 수 있다면 약간의 보관료를 지불해도 좋다’는 수준까지 얼어붙은 셈이다.

일본 당국의 정책실패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제도로 수익성 악화가 예고된 은행주들이 이번 주가 급락을 주도한 데서 보듯, 일본 경제의 신뢰도에 일본 당국이 균열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아베르딘 투자관리의 오카무라 케이 연구원은 “중국 경기 둔화, 유가 하락, 일본 기업의 실적 부진, 일본은행의 정책 등이 연달아 시장의 비관주의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비관론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엔저를 통한 기업실적 개선’의 지지대처럼 여겨지던 ‘엔ㆍ달러 환율 115엔, 닛케이지수 1만6,000포인트’가 동시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일본경제, 무엇이 달라졌나’라는 보고서에서 “아베노믹스가 3년간 기업이익 확대 등의 효과를 내긴 했지만 경상흑자 축소, 국가부채 급증, 성장률 정체 등에서 보듯 종합적으로는 결국 성장에 실패하고 부채만 늘린 셈이 됐다”고 평가했다.

위안화가치 방어에… 세계최다 외환보유액도 흔들

반대로 중국은 원하지 않는 통화(위안화)가치 추락에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당국은 작년 하반기부터 위안화 국제화와 기업의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해 꾸준히 일정 수준의 환율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을 용인해 왔지만, 최근 들어선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가속화하자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가파른 하락을 막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7일 발표된 중국의 1월말 기준 외환보유액 규모(3조2,309억달러)는 전달보다 995억달러나 줄어들며 2012년 5월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론 처음 줄어든 막대한 외화보유액(-5,127억달러) 역시 대부분은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를 사는데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위안화 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데 대해 중국 당국은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외치고 있는 터여서,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조만간 심리적 마지노선인 3조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양상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일본 닛케이지수가 하루동안 900포인트 이상 폭락한 9일 도쿄 시내의 한 증권사 전광판 앞으로 시민이 지나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 닛케이지수가 하루동안 900포인트 이상 폭락한 9일 도쿄 시내의 한 증권사 전광판 앞으로 시민이 지나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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