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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국내 車산업 자멸로 치닫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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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국내 車산업 자멸로 치닫는 지름길”

입력
2017.08.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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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빅4 파업 초읽기

獨ㆍ日 경쟁사에 비해 품질 밀리고

안전 향상 中자동차와 격차 줄어

국내 공장 생산성 낮지만 노조는 임금인상 등 요구

연간 R&D투자액은 10위권 밖

“中판매 부진은 경쟁력 약화 때문”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중국시장에서 판매 부진은 사드 여파만이 아닌, 경쟁력 약화 탓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를 진단하며 국책연구원인 산업연구원이 내린 결론이다. 가격, 품질 등에서도 세계 경쟁업체에 밀려, 판매 경쟁이 가장 치열한 중국시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자동차 업계 의견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5개 업체 총생산량은 216만2,500대로, 2010년 이후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미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인 2015년보다 7.2% 감소한 상태다.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은 “한국 자동차 브랜드는 아직 일본, 독일 경쟁사만큼 고급화 이미지를 얻지 못했고, 품질 면에서도 안전도가 높아진 중국 자동차와 격차가 줄다 보니 판매 둔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공장의 낮은 생산성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대표적 수출 업체인 현대차 그룹의 국내 공장을 보면 근로자 1인당 평균 임금이 9,600만원(지난해 기준)으로 토요타의 일본 공장(7,961만원)이나 폭스바겐 독일공장(7,841만원)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데도, 근로자의 생산성(자동차 1대 완성하는 소요시간)은 현대차(국내 공장 기준) 26.8시간으로, 토요타(24.1시간) 폭스바겐(23.4시간)보다 낮은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현대차 차량 1대당 이익은 72만원에 그쳐 2011년보다 무려 96만원가량 줄었고, 영업이익률도 2011년 10.3%에서 5.4%까지 떨어졌다. 노조가 6년 연속 파업을 하며 임금을 인상한 것도 이런 이익률 추락에 큰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현대차 노조는 올해 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에,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스마트 공장화로 인한 감원을 피하기 위한 ‘총고용 보장 합의서’체결, 정년 연장(현 60세에서 연금 지급 시기까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16일 진행될 24차 임단협 교섭에서 진정성 있는 자세와 제시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성적자로 한국 철수설까지 구체적으로 나돌고 한국지엠(GM) 노조도 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통상임금(424만7,221원)의 500% 성과급 지급, 공장 휴업 시에도 급여를 보장하는 월급제 도입, 미래발전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임금의 부담은 연구개발(R&D) 투자 부족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국적회계감사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 따르면 세계 완성차 업체의 연간 R&D 투자액(2015년 기준)은 폭스바겐(18조9,000억원) 토요타(11조3,700억원) 다임러(9조3,900억원) GM(9조1,300억원) 등 순이다. 현대차그룹은 3조7,000억원으로, 10위권에 들지도 못한다. 지난 3년간(2013~2015)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도 폭스바겐(5.2%) 토요타(3.5%) GM(4.6%)에 못미치는 2.5%에 불과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집계에서도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2.7%로, 폭스바겐(6.3%) GM(4.9%) 토요타(3.8%) 등과 차이가 컸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R&D 투자액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근로자 임금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며 “전기차 수소차 등 자동차 산업이 근본적 변화를 겪고 있는 시기에 파업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는 자동차 산업이 자멸로 치닫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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