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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가 종교에 심취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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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가 종교에 심취한 이유는?

입력
2017.08.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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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회복에 종교가 큰 힘

대선 패배 연설에서도 신약성서 인용

독실한 신자라는 것 감춘 점도 패배 원인으로도 지목

힐러리 클린턴. AP 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 AP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충격적으로 패배한 후 대중 앞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그가 대선 이후 몰두하고 있는 일은 무엇일까.

미국 시사월간지 ‘디 애틀란틱’은 최근호에서 힐러리가 대선 패배 후 종교에 심취, 신실한 신앙생활을 있다고 전했다. 감리교 신자인 힐러리의 종교적 멘토인 빌 실라디 목사는 선거 기간 동안 힐러리에게 해준 조언을 담은 ‘이 순간에 힘이 되는 것(Strong for a Moment Like This)’이라는 제목의 책을 곧 출간할 예정이다. 책 출간은 힐러리가 직접 제안했으며, 책의 서문을 작성하고 사본을 검토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 살라디 목사는 이 책에서 힐러리가 자신에게 “설교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등 종교가 그녀에게 끼친 영향을 소개할 예정이다.

실라디 목사는 이 책에서 자신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힐러리를 위한 성경 구절을 골랐다고 소개했다. 힐러리는 대선 패배 후 연설에서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피곤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라고 말했는데 이는 신약성서 갈라디아서 6장 9절로, 자신이 그 구절을 몇 주 전에 보내 작성에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실제로 힐러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대선 패배를 회복하는데 종교가 큰 영향력을 주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독실한 신자임을 숨긴 ‘정치인’ 힐러리

독실한 신자로 자란 힐러리는 정치인으로 살면서도 신앙생활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마이크 맥커리는 “그녀가 (남편의) 추문에 대응할 때 믿음과 관용 정신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클린턴 가족의 저녁 식사 자리에는 항상 낡은 성경이 올라와 있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일찍 정계에 입문해 종교적 발언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았던 힐러리는 종교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피해왔다. 그런 힐러리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힐러리의 종교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힐러리는 종종 종교적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일반적인 단어를 선택했다. 감리교 설립자인 존 웨슬리의 삶의 철학인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으로 모든 선을 행하라”는 구절을 힐러리는 가장 좋아했지만 배경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 표현은 전혀 종교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힐러리의 이런 태도 때문에 미국인 절반 가까이가 힐러리가 종교적이지 않거나 무교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미국 정치분석가 에릭 에릭슨은 유권자들은 오히려 트럼프가 더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고 믿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편집자인 케네스 우드워드는 “1994년 힐러리가 ‘감리교 목사로 임명받는 걸 항상 생각해왔다’고 말했지만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당시 힐러리가 ‘이런 사실이 드러난다면 자신이 너무 독실해 보일 것 같다’고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2016년 11월 9일 미국 뉴욕에서 대선 승복 연설 후 무대를 떠나는 힐러리 클린턴. AP 연합뉴스
2016년 11월 9일 미국 뉴욕에서 대선 승복 연설 후 무대를 떠나는 힐러리 클린턴. AP 연합뉴스

힐러리가 ‘무교’라고 생각한 유권자들

힐러리는 지난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ㆍ위스콘신ㆍ미시간주처럼 백인, 노동 계급자들이 사는 지역에서 표를 크게 잃었는데, 이들 대부분이 개신교와 카톨릭 신자라는 점도 작용했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힐러리는 백인 기독교 신자들이 자신에게 표를 줄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톨릭계 교육 기관인 노트르담대학교에서 연설하는 것을 거절하기도 했다. 오바마 정부시절 백악관 종교사회국장이었던 조슈아 두보이스는 힐러리가 종교인의 지지를 얻었다면 결과가 바뀌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힐러리가 위스콘신주나 미시간주의 종교 행사에 참석했다면 더 많은 표를 얻었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실라디 목사도 힐러리가 선거 캠페인 동안 종교에 대해 더 자주 언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매체는 힐러리가 이미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많이 보여줬으나 대중이 이를 무시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라디 목사는 “이미 힐러리에 대한 비난이 많았기 때문에 대중이 힐러리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시간주 캘빈 칼리지 크리스틴 두 메즈 교수도 이 점에 동의했다. 그는 “힐러리가 감리교도인 것을 알고 연설을 들으면 교육이나 여성 인권, 공동체의 중요함에 대해 알 수 있다”며 “미국인들은 그녀가 감리교 신자임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했다”고 말했다.

힐러리는 유권자들에게 감리교 신자로서의 모습을 어필하지는 못했지만 실라디 목사는 대선 이후 힐러리의 신앙심이 더 강해졌다고 전했다. 디 애틀란틱은 대선 패배 이후 종교에 몰두하고 있는 힐러리의 모습에 대해, 어렵고 험난한 일을 겪은 뒤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자신의 모습을 찾은 듯 보인다고 전했다.

구단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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