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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조응천 등 폭로 쏟아 내지만… 입 열 수 없는 박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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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조응천 등 폭로 쏟아 내지만… 입 열 수 없는 박지만

입력
2014.12.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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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회장 행보 외견상 잠행 가까워… 의례적 청와대 방문도 거의 없어

靑 감찰 실제로는 자신을 겨냥… 정씨와 3인방이 배후 판단

“당분간은 아무 얘기도 할 수 없는 처지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겠나. 그렇잖아도 맘고생 심할 텐데 그냥 내버려두면 안되나.”

‘정윤회 문건’ 파문이 확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박 회장과 가까운 여권 핵심인사가 3일 기자에게 전한 이야기다. 정윤회씨와의 갈등설 내지는 권력암투설에 대해 박 회장이 특별히 입장을 밝힐 처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 정윤회ㆍ3인방과의 갈등은 공공연한 비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박 회장의 행보는 외견상 잠행에 가까웠다. 특별히 눈에 띄는 공개활동 자체가 거의 없었을 정도다. 박 대통령이 이전 정부의 사례들을 감안해 친인척 관리 차원에서 고강도 감찰을 용인했기 때문인데, 이에 따라 박 회장 주변에선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과거 대통령 친인척들의 의례적인 청와대 방문도 현 정부 들어선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특히 박 회장 측은 청와대의 고강도 감찰이 실제로는 자신에 대한 적극적인 견제 차원이었고, 그 배후에 정씨와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ㆍ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ㆍ안봉근 제2부속실 비서관)이 있다고 여겨왔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 회장 입장에서는 이들이 박 대통령과 자신의 사이를 갈라놓는다고 여겼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여권 내에선 박 회장과 정씨가 예전부터 불편한 관계였다는 게 정설이다. 다양한 설이 있기는 하지만, 박 대통령이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탄핵역풍을 뚫고 17대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유력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뒤 당시 여권을 중심으로 고 최태민 목사 관련 얘기가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라는 설이 유력하다. 박 회장이 최 목사의 사위인 정씨가 박 대통령 주변에 있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겼고, 이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양측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등장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였다. 정씨가 박 회장을 미행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직접적인 계기였다. 박 회장이 정씨의 지시로 자신을 미행하던 사람에게 자술서까지 받아놓았고, 이 사실을 청와대에 알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내사가 진행되던 중 해당 비서관과 행정관이 사실상 경질되고 내사도 중단됐다는 게 골자다.

정씨가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법정 소송에 돌입한 가운데 최근 정씨의 국정 개입을 담은 청와대 문건이 공개되면서 상황은 좀 더 분명해졌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이 사실상 박 회장 측의 요청에 따라 정씨와 비서관 3인방의 전횡을 견제하려 했던, 글자 그대로 권력투쟁의 단면이었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는 처지일 것”

물론 박 회장도 권력의 한 축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왔을 것이란 얘기도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박 회장과 육사 37기 동기인 이재수 소장이 중장으로 진급하면서 기무사령관에 임명된 것을 두고서다. 전임자가 6개월만에 이례적으로 경질됐기 때문이다.

당시엔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등 군 출신 권력자들간 힘겨루기의 산물이란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달 이 사령관이 1년도 채 안 돼 전격 경질된데다 최근 정씨와의 권력암투설이 나오면서 해석이 달라졌다. 이 사령관과 국정원 1급 인사 등에서 박 회장 측 인사가 줄줄이 좌천됐다는 얘기를 뒤집어보면 박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일부 인사문제에선 힘을 썼다는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정씨의 국정 개입 논란이 불거진 뒤 당사자인 정씨와 조 전 비서관은 물론 비서관 3인방도 경쟁적으로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박 회장은 당분간 입을 열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한 친박계 핵심의원은 “박 회장의 평소 언행으로 볼 때 결코 권력에 눈을 돌릴 사람이 아닌데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이 될 만한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여권 일각에선 박 회장과 정씨가 갈등을 빚는 와중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8월 임명된 임환수 국세청장과 지난달 임명된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최 장관의 대구고 후배다. 박 대통령 주변의 쟁쟁한 경제과외교사들을 제치고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에 오른 뒤 최 장관이 알게 모르게 권력의 핵심부를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2010년 10월 서울 동작동 국립협충원에서 진행된 박정희대통령 제3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동생 박지만씨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0년 10월 서울 동작동 국립협충원에서 진행된 박정희대통령 제3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동생 박지만씨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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