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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2017 경제붕괴에 대한 두려움

입력
2016.11.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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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구조조정 등 경제뇌관 산적

관리해야 할 정부는 능력 상실해

민생 위해서도 리더십 교체 절실

2017년이 겁난다. 20년 전 외환위기,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또다시 재앙이 올 것이라는 ‘경제위기 10년 주기설’을 믿는 건 절대 아니지만, 만성화된 저성장에도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내년을 생각하면 두렵기만 하다. 과연 1년 뒤 내 삶은, 우리의 생활 형편은 지금 수준에서 현상유지라도 할 수 있을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우리 경제에 희망과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도처에 널려 있는 건 지뢰뿐. 그저 밟지 않고 터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현 정부 4년 동안 아무것도 안 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큰 틀의 경제관리 관점에서 떠오르는 건 돈을 푼 것밖에 없는 것 같다. 거슬러 올라가면 리먼 사태가 터졌던 2008년 이명박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일이지만 완화와 팽창정책의 절정은 역시 2014년 초이노믹스였다. 돈 풀고 금리 낮추고 규제 헐어 살아난 부동산 경기 덕에 지난 2년 간 우리 경제가 그나마 먹고 살 수 있었던 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남은 건 부채와 거품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모두가 빚을 줄이려고 허리띠를 졸라맸는데도 유일하게 가계 빚을 늘린 그것도 아주 파격적으로 증가시킨 나라, 경제는 2% 성장도 버겁고 고용과 소득의 질은 점점 낮아지는데도 집값은 며칠 만에 수천만 원씩 미친 듯 뛰는 나라, 그런데도 내수 방어라는 이유로 방치하고 내심 조장한 정부, 이게 우리나라 우리정부다. 뒤늦게 수습책(11ㆍ3 부동산대책)이라고 내놓았지만, 부채 총량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문제는 해결이 아니라 단지 지연됐을 뿐이다.

기업부채도 다를 바 없다. 3년 넘게 못 본체하다 임기 끝나갈 무렵에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나서는 정부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타이밍 다 놓친 구조조정안을 부산 떨며 만들면서 관계부처 장관들은 서로 자기가 옳다고 얼굴 붉히며 싸우고 정작 총책임자인 경제부총리는 이 광경을 그저 무기력하게 지켜만 보는 정부가 언제 또 있었나 싶다. 그렇게 해서 나온 구조조정방안의 결론은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몇 년 더 지켜보자’였다.

제거되지 않은 지뢰는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 문제해결을 미뤄놓았다는 건 어느 때라도 터질 수 있다는 뜻이다.

보통 때라면 정부가 새해 경제운용계획을 짜느라 한창일 시기다. 임기 마지막 해인 만큼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는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한데, 지금 최우선 순위는 누가 뭐래도 가계부채와 부동산버블, 기업부실의 뇌관이 발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나라 밖에선 예상 못한 보호무역기반의 트럼프 리스크까지 몰려오고 있다. 능력 있는 정부도 감당하기 힘든, 두렵고 걱정스러운 2017년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이 정부는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다. 지시 내릴 사람도 보고받을 사람도 없는데, 이미 국민적 탄핵을 받은 식물정부인데, 무엇보다 내년 정부를 누가 이끌고 있을지 알 수가 없는데, 새해 경제운용계획을 짠다는 것 자체가 사실 난센스다.

20년 전 외환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나 생각해보자. 결국은 정부의 리더십이었다.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도 정부의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이 있었기에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 자체가 위기이고 리더십 자체가 공백 상태다. 뇌관을 관리할 정부 리더십이 무너졌을 때, 지뢰는 작은 충격에도 터지고 말 것이다.

참 힘겹게 살아가는 한국인들이다. 꿈조차 꾸지 못하는 젊은 미생들, 한숨만 내쉬는 중년들, 대책 없이 노년을 앞둔 베이비부머들, 경제난이 오면 고스란히 이들의 몫이 된다. 이들을 한 달이 될지, 몇 달이 될지, 혹은 1년이 될지 모를 불확실성 속에 방치해 두는 게 과연 ‘항상 국민만 생각한다’는 대통령이 할 짓일까.

시간이 지나 회복될 수 있는 리더십이 있고, 그럴 수 없는 리더십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단언컨대 후자다. 콘크리트 지지율이 자꾸 어른거릴지 모르지만, 깨진 콘크리트는 다시 붙지 않는다. 회복될 수 없는 리더십이라면 빨리 포기하는 게 리더의 마지막 선택이다.

이성철 부국장 sc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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