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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경제학] 제품은 베낄 수 있어도, 나이키 브랜드는 따라 할 수 없다

입력
2017.11.25 1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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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나이키의 성공 비결에서 가장 중요한 원 포인트는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이다. 1964년부터 러닝화를 수입해 팔던 블루리본스포츠(RBS)라는 작은 신발 가게는 1972년부터 직접 런닝화를 제작, 판매하며 그리스 여신 ‘니케’(Nike)로 사명을 바꿨다. 신발을 그냥 팔기보다 뭔가 기억할만한 표시를 넣으면 좋겠다 싶어서였다. 브랜드 개념은 몰랐지만 ‘기억할만한 표시’를 체득했던 셈. 그래서 날개 모양의 ‘스우시’(Swoosh,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 디자인을 미대생으로부터 35달러에 샀다. 로고가 아닌 스케치에 불과했지만 바람이 스쳐 가는 느낌이 러닝화와 잘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스우시라는 시각적 상징은 갖췄지만 언어적 상징이 문제였다. 그동안 여러 슬로건을 썼는데 장기 캠페인에는 뭔가 부족함이 있었다. 1980년대 후반, 나이키 광고를 담당했던 광고회사 위든앤캐네디(Wieden+Kennedy)의 제작자 댄 위든은 개리 길모어라는 사형수가 총살형 직전에 남긴 마지막 말인 “Let’s do it”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실패를 예감하면서도 끝까지 도전하는 그런 정신을 고민하다가 그 사형수의 말이 떠올랐고 이를 약간 비틀어 ‘Just do it’으로 표현했다. 1988년에 ‘Just do it’ 캠페인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도 파워를 발휘하는 브랜드 슬로건이 되었다.

당시 나이키는 리복과 경쟁했지만, 현재는 리복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앞서버렸다.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었다. 교고 시절 농구선수였던 그는 원하던 대학 농구팀에 지명받는데도 실패했다. 그는 ‘계속, 계속, 계속해서’ 실패했지만 역경을 극복하고 결국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로 성공하는 과정을 광고에서 보여주었다. 나이키는 색깔 있는 농구화를 신을 수 없다는 NBA 사무국의 규정을 무시하고, 경기마다 1,000달러의 벌금까지 물면서 나이키의 에어조던을 그에게 신게 했다. 그 밖에도 풋볼선수 잭슨(1989), 테니스선수 아가시(1991), 영화배우 호퍼(1994), 골프선수 우즈(1999) 등이 광고에 출연해 나이키 브랜드의 전도사가 되었다.

스우시라는 시각적 상징, ‘Just do it’이라는 언어적 상징, 그리고 스포츠 스타라는 신체적 상징이 절묘하게 만나면서 나이키는 니케처럼 날개를 달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나이키는 스포츠용품의 범주를 넘어 시대의 아이콘 혹은 젊은이의 이상향으로 성장했다. 세 가지 상징들이 광고에서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나이키만의 정신적 브랜드 자산을 구축한 것이다. 경쟁자가 제품은 베낄 수 있지만 브랜드는 따라 할 수 없다는 나이키의 철학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있다.

처음에 35달러에 샀던 스우시의 가치는 이제 170억 달러를 넘어섰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드농관 계단에 도도하게 서 있는 조각상 사모트라케의 니케(기원전 190년 제작)처럼 나이키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갖게 되었다. 승리의 여신 니케처럼 나이키는 브랜드의 신이 됐다. 머리와 양팔이 없는 ‘사모트라케의 니케’상 옆에 언젠가 나이키 상이 세워지기를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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