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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엎치고 안전불감 덮치고... 선로 위의 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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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엎치고 안전불감 덮치고... 선로 위의 참극

입력
2016.09.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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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자정 이후 열차 운행 안 해

규정보다 빨리 투입했다가 참변

연착 사실 사전통보 진실공방도

인부들 “몰랐다” 코레일 “알렸다”

경찰, 사전투입 이유 등 조사방침

13일 오전 경북 김천 모암동 김천구미역에서 서울방향 7㎞ 지점 경부선 KTX상행선 선로에서 작업 중에 열차에 치인 인부가 119대원들에게 구조되고 있다. 이 날 사고로 철로 보수 중이던 인부 11명 가운데 송모씨와 장모씨 등 2명이 열차에 치여 숨지고 다른 2명은 부상을 입었다. 김천소방서 제공
13일 오전 경북 김천 모암동 김천구미역에서 서울방향 7㎞ 지점 경부선 KTX상행선 선로에서 작업 중에 열차에 치인 인부가 119대원들에게 구조되고 있다. 이 날 사고로 철로 보수 중이던 인부 11명 가운데 송모씨와 장모씨 등 2명이 열차에 치여 숨지고 다른 2명은 부상을 입었다. 김천소방서 제공

경부고속철도에서 선로 관리작업에 나선 코레일 협력업체 인부 2명이 경주 5.8 지진 여파로 연착한 KTX열차에 치여 숨졌다. 열차가 연착한 이유도 있었지만 규정된 작업 투입 시간만 지켰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여서 안전불감증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13일 경북 김천경찰서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47분쯤 경북 김천시 모암동 김천구미역 경부선 KTX 상행선 선로 서울방향 7㎞ 지점에서 작업 중이던 장모(50), 송모(46)씨가 지진으로 연착한 KTX열차에 치어 숨졌고, 고모(48)씨 등 2명이 다쳤다.

장씨 등은 코레일 외주업체 소속으로, 당시 11명이 선로를 순회하며 자갈 다지기를 하던 중이었다. 장씨 등 4명은 작업차를 앞뒤에서 끌거나 밀고 가다가 서행중인 KTX 열차를 미쳐 보지 못해 변을 당했다.

이번 사고는 협력업체 직원이 전동차가 지나가는 것을 모른 채 스크린도어를 고치다가 숨진 구의역 참사와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사고를 낸 KTX열차는 당초 12일 오후 11시18분 김천구미역을 출발할 예정이었다. 정상 출발일 경우 사고지점은 늦어도 11시25분 이전에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경주 5.8 지진으로 서행과 멈춤을 반복하던 열차는 김천구미역을 0시42분에 출발했고, 5분 뒤 사고 지역을 지나 참변이 발생했다.

반면 선로 유지보수 협력업체는 평소 자정 이후에는 열차가 다니지 않는다는 것만 믿고 규정된 작업시작 시간보다 30분 가량 빨리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인부들은 “(협력업체 소속)작업팀장이 들어가라고 해서 시작했고, 투입 지시가 없으면 선로에 들어갈 수 없다”며 “우리는 자정 이후에도 열차가 다닌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고 말했다. 유족들도 “작업 현장에 코레일 소속 시설관리자가 있었는데 왜 열차 연착 사실을 알리지 않았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반면 코레일측은 열차의 연착 사실을 협력업체에 사전에 알렸다고 주장하고 있어 진실공방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통상 오후 10시 30분쯤부터 작업 시작 전에 작업내용과 안전교육을 한 뒤 승인을 받고 오전 1시쯤부터 투입된다”며 “자정 이후 열차가 다니지 않지만 연착하는 화물열차가 있을 수도 있고, 다른 변수를 고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고는 KTX판 구의역 사고”라며 “외주화, 성과만능주의를 당장 멈추지 않는다면 이런 사고는 끊임없이 재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KTX의 원하도급 구조와 원청-하청 업무연락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촉구했다.

한편 경찰은 코레일과 협력업체 관계자, 작업인부 등을 대상으로 열차 연착사실 통보 여부와 무슨 이유로 규정보다 일찍 작업을 시작했는지 등을 조사해 사고책임자들을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사고 당시 이 사고로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300여 명은 1시간이 지난 뒤 다른 열차로 갈아탔다.

김천=추종호기자 c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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