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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13 19:01
수정 : 2018.02.13 19:02

안종범수첩, 이재용 2심 불인정 vs 최순실 1심 인정…이유는

등록 : 2018.02.13 19:01
수정 : 2018.02.13 19:02

朴 지시 적혀 있어 특검은 '사초' 주장…피고인·혐의별로 효력 인정 달라

崔 1심 "정황증거 범위서 인정"…李 2심 "간접증거 되면 우회증명 수단 돼"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연합뉴스

'국정농단' 사태의 정점인 최순실씨의 1심 재판부가 이른바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며 최씨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황 증거'로서 가치를 인정했다.

최씨 공소사실의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재판부가 수첩의 증거능력을 부인하고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만큼 수첩의 법적 효력을 둘러싼 일각의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이날 재판에서도 나타났듯 피고인이나 혐의별로 해당 수첩의 인정 범위나 증거로서 지위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최씨 등의 선고 공판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수첩에 대해 "정황 증거로 사용되는 범위 내에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수첩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기업 총수의 단독 면담에서 개별면담자 사이에 그 같은 기재의 대화가 있었음을 추단하게 하는 간접 사실에 해당한다"며 증거능력 자체를 부인하는 변호인 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증거능력은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법률상 자격이다. 법에 요건이 정해져 있다. 증거능력이 없는 자료는 내용의 진실성이 인정되더라도 증거로 아예 사용할 수 없다. 증거능력이 인정되면 증명력(혐의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의 실질적 가치)을 따져보고 유죄 판단에 활용하게 된다.

문제가 된 수첩은 안 전 수석이 2014년∼2016년 경제수석·정책조정수석으로 일하며 작성한 63권 분량으로 대기업 총수와 독대를 마친 박 전 대통령이 그에게 내린 지시 등을 받아적은 내용이 포함됐다.

삼성과 관련해서는 '엘리엇 방어 대책', '동계스포츠 선수 양성, 메달리스트', '금융지주, 삼성 바이오로직스, 재단, 승마, 빙상' 등이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수첩을 '사초(史草)'라 표현하며 '삼성 뇌물'의 대가성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해왔다.

이 부회장의 1심은 특검팀의 논리를 일부 받아들여 수첩이 박 전 대통령-이 부회장 사이 대화를 추정하게 하는 간접 증거로 인정하고 승마지원 72억여원, 영재센터 지원 16억여원 뇌물 혐의를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수첩을 직접 증거는 물론 간접 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며 승마지원 약 36억원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날 최순실 1심은 수첩의 증거능력을 일정 범위에서 인정하면서도 수첩을 통해 추측되는 이 부회장의 '부정한 청탁'은 인정하지 않았다. 승마지원 관련 72억여원을 유죄로 판단하는 등 이 부회장 재판과 증거인정·뇌물인정 범위를 조금씩 달리했다.

다만, 최씨의 경우 자신이 박 전 대통령에게 한 '민원'이나 박 전 대통령이 최씨를 도와주라고 한 내용 등 본인과 관련된 직접적·구체적인 내용이 수첩에 고스란히 적혀 있고, 재판부가 이들 3명을 공범으로 판단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이 부회장 재판과 달리 수첩의 증거능력이 당연히 인정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즉, 같은 수첩이라도 피고인과 혐의에 따라 법적 효력 판단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 사건의 경우 2심은 수첩에 적힌 내용이 객관적 일정이나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기재한 것이지만, 이것이 곧바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내밀한 독대에서 나눈 얘기까지 직접 증명하는 자료가 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그에 관한 내용을 추정케 하는 간접 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고 엄격히 선을 그었다.

이를 2심 재판부는 "수첩이 간접 증거로 사용될 경우 우회적으로 진실성을 증명하는 것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그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1·2심, 이화여대 입시 비리사건 1·2심은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최씨 1심 재판부인 형사22부도 앞서 최씨 조카 장시호씨, 광고감독 차은택씨, 박 전 대통령의 1심에서 수첩을 증거로 채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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