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시리아 버스테러 당시
현장에 있던 사진기자 하바크
촬영 포기하고 동료들과 함께
부상 아이들 구조에 뛰어들어
지난주 시리아에서 발생한 버스 테러 당시 부상 당한 어린이들을 구하기 위해 촬영을 뒤로하고 폭발 현장으로 뛰어든 사진기자가 이목을 끌고 있다. 그동안 기자들이 취재경쟁을 위해 인명을 구하기는커녕 사고나 테러현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CNN방송 따르면 시리아 인권 활동가이자 프리랜서 사진기자인 아브드 알카데르 하바크는 15일 시리아 북부 알레포에서 발생한 테러 현장에서 카메라를 둘러맨 채 다친 어린이를 안고 응급차로 급히 뛰었다. 하바크는 “눈앞에서 울부짖거나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는 일은 정말로 끔찍했다”며 “동료들과 함께 촬영을 제쳐놓고 다친 사람들을 구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폭발의 충격으로 잠시 의식을 잃었던 그는 정신을 차리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어린이를 향해 뛰었다. 하지만 아이는 숨져 있었다. 그리고는 곧장 다른 아이에게로 달려갔다. 누군가가 멀리서 이미 죽었다고 소리쳤지만, 다행히 아이는 미약하게 숨 쉬고 있었다. 그는 “아이가 내 손을 꼭 붙잡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바크는 피투성이가 된 다른 아이에게 뛰어갔지만 이미 숨을 거둔 채였다. 감정이 북받쳐 오른 하바크는 아이 옆에서 목 놓아 울기도 했다.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목격했다”며 “당시 감정이 많이 차올랐다”고 전했다.
사건취재보다 인명을 먼저 살핀 이러한 장면들은 부상자를 구조하던 중 하바크의 모습을 보고 카메라를 든 동료 무함마드 알라게브에 의해 촬영됐다. 알라게브는 “책임을 다한 이들이 있었음을 분명히 알리기 위해 모든 것을 렌즈에 담고 싶었다”며 “생명을 구한 젊은 기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언급했다. 이날 발생한 테러는 시아파 주민들이 타고 있던 버스를 겨냥한 폭탄 공격으로, 어린이 68명을 포함해 126명이 숨졌다.
하바크와 동료들의 행동은 현장을 방치해 취재 윤리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과거 사건들과는 대조를 이룬다. 1993년 남수단 내전의 참상을 고발한 ‘독수리와 소녀’ 사진은 굶어 죽기 직전의 소녀를 왜 기자가 지켜보기만 했냐는 지적을 받았고, 2012년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전동차가 들어오는 순간 선로 아래로 떨어진 남성을 포착한 사진기자는 왜 남성을 구조하지 않았느냐는 비난에 휩싸였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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