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아이콘으로 추앙받는 스티브 잡스가 입버릇처럼 내뱉던 말이 “다르게 생각하라 (Think differently)”였다고 한다. 같이 일한 동료들에게도 그리고 본인 자신에게도 마법을 걸듯이 한 말이라는 것이다. 작금의 시대를 표현할 때 ‘스피드의 시대’라고도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최근 기술적 변화를 고려하면, 그 스피드는 더욱 빨라질 것이 자명하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고, 특히 젊은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그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애플의 입장에서는 매일매일 새롭고 다른 생각으로 일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필자는 종종 우리나라가 이렇게 빨리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정치, 경제적 사회구조를 가졌는지 회의적이다. 그동안 남들이 이루어놓은 성과를 빠르게 배워서 효율적으로 모방해 온 제도들이, 이제는 우리가 ‘다르게 생각하게’ 하는 기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들기도 한다.
정부도 기업도 매우 잘 짜여 있는 조직논리가 압도적으로 유지되고 있기에 그 조직 속에서 일하는 개개인들의 개성은 함몰되기 일쑤이다. 그래서 아무리 새롭고 좋은 생각을 하는 창의력 있는 젊은이라도, 기존 조직에 들어가기만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창의성은 사라져 버리고 조직문화에 묻혀 버리고 만다는 지적들을 종종 듣는다. ‘상명하복’이라는 표현의 위력이 살아있고, ‘일사불란’이라는 표현이 여전히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우리 사회에서. 다른 조직보다 더 위계질서가 잘 유지되는 우리 정부와 공공기관 그리고 대기업들의 조직문화 속에서는 ‘변화를 수용하여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소외되기에 십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세상의 빠른 변화를 수용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기를 펼 수 있게 만드는 조직들이 점차 힘을 얻기 시작하는 것 같다. 아직도 소수일지 모르지만 몇몇 눈에 띄는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
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기업 운영철학으로 구성원 각자가 개성 있게 일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보잘것없어 보이던 기업이 연 매출 5,000억원 가까운 기업그룹으로 커가는 것만 보더라도 시대에 부응하는 조직문화를 창출해 내고 있다고 할 만하다.
문화예술 쪽이니까 그런 특성을 가질 수 있다고 치부한다면 다른 대표적인 사례로서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이 떠오른다. 그는 지난해에 ‘올해의 경영자상’을 받고 그 소회를 말하는 자리에서 그 회사의 히트상품 ‘쿠션’의 최초 아이디어가 차장급에서 나왔고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아모레퍼시픽이 오랜 시간과 정력을 투자했다고 털어놓았다. 차장급이 내어놓은 아이디어에 온 기업의 역량을 집중했던 서 회장의 배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는 큰 조직이 더 비효율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신입사원들이 아무리 새로운 창의성을 들고 왔다 하더라도 상사나 선배들의 판단력과 경험에 기죽기 일쑤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상사나 선배들이 한 발만 물러난다면 그런 경륜에 신입사원들의 창의성을 결합하여 시너지를 얻는 길이 열릴지 모른다.
이미 잘 알려졌지만 실리콘밸리의 뛰어난 기업들은 항상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안테나를 세워놓고 세상 밖의 새롭고 다른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자신들 속으로 흘러들어 올 수 있게 하는 ‘열린 기업문화’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때 정보통신 분야의 새로운 기기나 서비스를 시험적으로 내놓는 ‘테스트베드’로서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그 기능이 지금은 오히려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정부도 기업도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의 조직문화를 과감하게 바꾸어야 할 때다.
김도훈 경희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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