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주최하는 국제 회의에서 남북미 정부 당국자간 접촉이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러시아 에너지안보연구소 주최로 20∼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핵)비확산 회의에 북한 측은 대미 협상 실무책임자인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이 참석한다. 최 국장은 북한 외무성 산하 ‘미국연구소’ 소장 직함으로 각각 21일 오전과 오후로 예정된 ‘동북아 안보’ 세션과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다자외교' 세션에서 토론자로 직접 나설 계획이다. 한국 정부는 이상화 북핵외교기획단장(국장급)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외교부 측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국장이 최선희 국장을 만날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기회가 된다면 최선을 다해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8월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 계기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조우해 약 3분간 대화하며 현 정부 출범 후 사실상 첫 남북 고위 당국자 간 접촉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북미 당국자간 대화가 이뤄질지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대화 선결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송환을 위한 ‘트랙 1 대화(당국자간 대화)’ 이후 북한 당국자들과의 접촉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서 올해 이뤄진 북미 접촉은 반관반민(半官半民) 형태의 ‘트랙 1.5’였다. 미국 측에서는 이번 회의에도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과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북한정보분석관 등 전직 관료들을 참석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등 국무부를 중심으로 ‘북미 직접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어 전격적으로 당국자 접촉이 이뤄질 수도 있다.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까지는 아니지만 미국에서 실무급 당국자를 이번 회의에 참석시켰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일본 역시 북일 당국자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아사히(朝日) 신문은 19일 일본 외무성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핵 6자회담 일본 수석대표인 가나스기 국장이 북한 외무성 최선희 국장과 접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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