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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투루 쓰고…한푼 안 쓰고…‘졸속’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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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투루 쓰고…한푼 안 쓰고…‘졸속’추경

입력
2016.07.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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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유 부총리는 의원들에게 “추경 편성안을 최대한 빨리 제출할 테니 신속히 통과시켜달라”고 부탁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유일호(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유 부총리는 의원들에게 “추경 편성안을 최대한 빨리 제출할 테니 신속히 통과시켜달라”고 부탁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억지로 끼워넣고, 한 푼도 쓰지 않고, 전혀 엉뚱하게 사용되고.’

경기를 살리겠다며 국민들의 세금으로 어렵게 편성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가뭄 등에 대응하기 위해 11조원이 넘는 추경을 편성했지만,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에서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다. 올해 역시 구조조정과 일자리 창출 등의 명목으로 정부가 10조원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어서 또다시 졸속 편성으로 세금 낭비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2015 회계연도 결산’ 자료에 따르면 추경을 통해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의 예산이 추가 투입된 사업 중 상당수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심각한 것은 추가로 늘린 추경 예산을 단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것은 물론 본예산조차도 제대로 쓰지 못한 경우다. 굳이 필요가 없는데도 억지로 추경에 끼워 넣으면서 ‘불필요한 추경 편성’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게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지원사업이다. 취업상담이나 직업훈련의 서비스를 지원해 저소득층이나 청년의 취업을 촉진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인데, 당초 본예산에서 2,746억원이 편성됐다가 추경을 거친 뒤 예산 배정액이 3,374억원으로 불어났다. 추경에서 628억원이 증액된 것인데, 지난해 실제 집행된 예산은 본예산보다 적은 2,562억원에 불과했다.

도로나 철도 건설 등 추경 때마다 가장 손 쉬운 경기부양책으로 활용돼 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도 “일단 넣고 보자”는 식으로 편성되면서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것들이 상당수였다. 150억원의 추경을 포함해 총 2,780억원의 예산을 배정받은 대구순환고속도로 사업은 2,233억원만 집행이 되고 557억원이 미집행됐다. 추경에서 850억원의 예산이 더해져 2,690억원의 예산이 배정된 함양-울산간 고속도로는 고작 869억원이 집행됐을 뿐이다. 추경을 편성하지 않아도 예산을 모두 집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추경으로 배정액까지 늘리면서 불용액을 더 키운 것이다.

늘어난 예산을 추경 취지와 달리 사용한 사업도 여럿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작년 추경 당시 메르스 확산으로 침체된 영세 공연단체 등 공연예술계를 지원하겠다면서, 공연 티켓 1장을 구입할 경우 1장을 추가로 주는 ‘공연티켓 1+1 사업’에 3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사업 집행이 부진하자, 당초 지원 기준이었던 5만원 이하 티켓을 7만원 이하로 바꾸면서 영세단체가 아닌 대형기획사 등이 다수 지원을 받았다는 게 예정처의 지적이다. 플러스 티켓을 사려면 인터넷 예매를 해야 하는데, 인터넷 예매가 불가능한 영세 단체들은 신청이 불가능해 사실상 지원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청년 인턴이 정규직으로 전환한 후 일정기간 근속했을 경우 지원금을 주는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사업도 다른 방향으로 예산이 사용된 경우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강소·중견기업에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하겠다면서 본예산 168억원에서 추경으로 7억원의 예산을 더 편성했는데, 실제 강소·중견기업 인턴에 대한 지원은 1만5,000명 목표에 턱없이 부족한 3,329명에게만 이뤄졌다. 예산집행액도 122억원에 불과했다. 한 재정당국 관계자는 “실제 추경을 하면 꼭 필요한 곳에 쓰는 것보다 아닌 것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본 예산 심사 때 탈락했던 사업들이 추경에 포함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조만간 국회에 제출될 예정인 올해 추경안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올해는 추경 결정 시점이 늦어 보다 짧은 시간에 추경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제대로 된 검증 절차가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말 필요한 부분에 지원을 하는 등 추경의 용도와 규모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며 “특히 올해는 산업 구조조정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지가 집중 심사 대상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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