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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 기업' 몽고식품 먹칠한 갑질 명예회장님 결국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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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 기업' 몽고식품 먹칠한 갑질 명예회장님 결국 사퇴

입력
2015.12.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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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 역사를 가진 ‘몽고간장’으로 유명한 몽고식품의 김만식(76) 명예회장이 ‘갑질’ 논란으로 결국 물러났다.

2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김 명예회장은 운전기사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이날 몽고식품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과문을 통해 사퇴의 뜻을 밝혔다. 몽고식품은 사과문에서 “명예회장의 불미스런 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명예회장이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를 하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김 명예회장의 갑질 논란은 지난 9월부터 3개월여간 운전기사로 일하다가 권고사직당한 A씨가 수시로 맞고 욕설을 들었다는 내용을 지난 23일 인터넷에 폭로해 불거졌다. A씨는 “입사 한 달 뒤 회장 부인의 부탁으로 자리를 비웠다가 김 명예회장에게 구둣발로 낭심을 차여 병원치료를 받고 일주일간 쉬었다”며 “김 명예회장은 자신이 알던 길과 다른 곳으로 가거나 주차할 곳이 없으면 수시로 욕을 하고 폭행했다”고 밝혔다. 결국 석 달 만에 권고사직당한 A씨는 “김 명예회장의 폭언과 폭행 때문에 수행 기사가 수도 없이 바뀌었다”며 “사람을 동물처럼 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논란을 일으킨 김 명예회장의 몽고식품은 ‘몽고간장’으로 유명한 국내 대표적인 장류 업체다. 1905년 일본인 야마다 노부스케가 마산에 세운 산전장유공장에서 간장 배달원으로 일하던 고 김흥구 창업주가 1945년 회사를 인수해 히트상품 ‘몽고간장’을 내놓았다. 초창기에는 경상도 인근에서만 유명했으나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 납품하면서 전국에 이름을 떨쳤다. 이후 창업주가 1971년 타계한 뒤 아들인 김 명예회장이 회사를 물려 받았고 현재는 김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현승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다.

몽고간장은 국내 간장업계에서 3위권이지만 식당 등을 대상으로 한 700억원 규모의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선 70% 가까운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식당들이 ‘간장이 바뀌면 음식 맛도 변한다’는 이유로 오랜 전통의 몽고간장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447억원,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했다.

특이한 점은 몽고간장이 경영권 분쟁으로 서로 다른 기업에서 똑같은 상표의 제품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김 명예회장과 경영권 분쟁으로 갈라선 동생 김복식 대표가 이끄는 몽고장유가 동일한 상표인 ‘몽고순간장’ 제품을 팔고 있다. 김 명예회장은 김복식 대표를 상대로 상표 사용을 금지하는 가처분 소송을 냈지만 김복식 대표가 공동상표권자로 등록돼 있어 2012년 패소했다.

김 명예회장은 동생과의 경영권 분쟁을 의식해 자녀들에게 역할 분담을 시켰다. 이에 몽고식품은 장남인 김현승 대표가 맡고 있으며 차남 김현진 부사장이 제품 연구개발과 대외 협력 업무, 3남 김경태씨가 플라스틱 용기 회사를 별도로 설립해 몽고식품에 납품하고 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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