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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필리핀 처제 성폭행범 무죄 뒤집고 징역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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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필리핀 처제 성폭행범 무죄 뒤집고 징역형

입력
2018.03.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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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법, 죄질 불량 징역 7년 선고

“적극 항거 않아” 무죄 원심 파기

시민단체, 이주여성 성폭력 피해 ‘경종’

제주법원 전경.
제주법원 전경.

언니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를 찾은 필리핀 국적의 처제를 성폭행한 형부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징역형이 선고됐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이재권 수석부장)는 14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강간 등 치상)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전모(39)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전씨는 지난해 2월 15일 0시쯤 자신의 집 거실에서 자고 있는 아내의 여동생 A(20)씨를 추행하고, 안방으로 데려가 침대에서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는 범행 전날인 2월 14일 아내를 친구들과 식사하도록 한 뒤 함께 시간을 보내라며 호텔까지 예약해주고, 홀로 집으로 돌아와 범행을 저질렀다.

전씨는 1심과 2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면서 반항을 억압하거나 항거를 곤란하게 할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성관계를 거부하지도 않아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적극적인 항거를 하지 않아 성관계를 거부하지 않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고 판단해 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성폭력을 당한 당일 A씨가 전씨와 단둘이 차를 타고 결혼식 답례품을 찾고, 카페에 가 사진을 찍기도 한 점에 미뤄볼 때 A씨 행동이 강간 피해 당사자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A씨가 소리를 지르거나 구조를 요청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극도의 공포감 때문으로 전씨가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협박을 가한 뒤 간음했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A씨 피해 진술이 구체적이며 일관성이 있고, 결혼식을 앞둔 언니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 했다는 상황 설명도 신빙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성폭력 피해 이후에 주변 가족들에게도 쉽사리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예전과 다름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은 친족관계에서의 성폭력 사건에서 이례적이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보면 A씨가 전씨와 단둘이 차를 마시고 사진을 찍었다는 점은 전의 범행 사실을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의 관계, 구체적인 범행 내용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이날 판결과 관련해 이주여성 친족성폭력 사건에 대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논평을 내고 “한국 사회의 ‘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이 활발한 가운데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는 크다”며 “피해자의 관점을 고려한 법원의 판결이 이주여성 친족성폭력 피해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렸다”고 밝혔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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