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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우조선 런던지사가 ‘비자금 전진기지’

입력
2016.07.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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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선박 컨설팅 업체들 많아

수수료 부풀려 비자금 조성

과거 대우그룹도 비밀계좌 운영

재무통 남상태에겐 익숙한 수법

분식회계 지시 혐의 고재호 영장

지난달 15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 위로 검은 구름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 위로 검은 구름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해외 지사 및 법인의 자금 흐름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 회사의 영국 런던지사가 비자금 조성의 핵심 거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검찰은 이미 이를 뒷받침하는 단서도 포착한 상태여서 이번 수사를 계기로 그 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대우조선의 해외 비자금 실체가 낱낱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6일 사정당국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남상태(66ㆍ구속) 전 사장 재임시절 대우조선은 주로 영국 런던에서 체결되는 선박 건조 계약과정에서 ‘컨설팅 수수료(fee)’ 명목으로 회삿돈을 빼돌려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인 해운강국인 영국에는 유명 선박 컨설팅 업체들이 다수 포진해, 선박을 발주하는 선주(船主)사와 이를 건조하는 조선업체와의 계약을 중개하면서 양측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대우조선은 물론, 삼성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업체들은 모두 런던에 지점을 두어 유럽 영업의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

대우조선은 컨설팅 수수료 산정기준이 계약 별로 천차만별인 점을 이용, 실제 지급액수보다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런던 내 비밀계좌를 통해 관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컨설팅 비용은 선박 종류나 수량 등에 따라 계약금액의 1%든, 3%든 그때그때 달라진다”며 “원가에 이를 포함시키면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아 자체적인 회계 조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지사 자금은 국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어 광범위한 회계 부정이 있었을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 같은 비자금 조성 정황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남 전 사장이 2008년 지인이 설립한 싱가포르 페이퍼컴퍼니 지분을 차명으로 사들인 50만달러의 출처가 다름아닌 런던 지사와 노르웨이 오슬로 지사에서 보관 중이던 비자금이라는 사실이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 그가 차명 투자로 뒷돈을 챙기는 데 쓴 싱가포르 계좌는 ‘개인 비자금’ 저수지이고, 회사 차원의 비자금은 런던 지사 등에서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대우조선의 해외 비자금 전체 규모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런던 지사는 대우그룹 시절부터 비자금 창구이자 저수지 역할을 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1990년대 김우중 전 회장이 이끌던 대우그룹은 소위 ‘BFC(British Finance Center)’로 불린 ㈜대우 런던지사에서 200억달러(25조원)의 비밀 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9년 대우중공업에 입사한 남 전 사장은 대부분의 경력을 본사 재무ㆍ회계 파트에서 보내 재무통으로 분류되는 만큼 대우그룹 시절 때부터의 비자금 조성 수법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영업통으로 꼽히는 고재호(61) 전 사장 또한 1990년대 중반 런던 지사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대우조선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대우조선이 해외에서 운용한 10여개 법인ㆍ지사의 모든 운영계좌와 자금거래 내역 일체를 제출받아 의심스런 자금 흐름을 분석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해외 비자금 흔적이 다수 포착돼 전수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고 전 사장에 대해 재임시절(2012~2014년) 5조4,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지시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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