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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혹 제거 수술하다 멀쩡한 신장 잘못 뗀 대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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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혹 제거 수술하다 멀쩡한 신장 잘못 뗀 대학병원

입력
2018.05.1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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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환자 난소 혹 수술 중 신장 제거

신장이 제자리에 없는 ‘이소신장’ 뒤늦게 알아

병원 측 “환자에게 사과하고 보상금 지급할 것”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천 한 대학협력병원 의료진이 50대 여성 난소 물혹 제거 수술을 하다가 제 기능을 하는 신장을 잘못 떼는 사고가 발생했다.

50대 여성 A씨는 지난 3월 인천 남구 한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 결과 난소 물혹 의심 진단을 받았다. A씨는 2차 진료를 위해 진료 의뢰서를 받아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를 찾았다.

길병원 산부인과 의료진도 초음파 검사를 통해 난소에 혹이 있다고 진단했다. 1, 2차 의사 소견이 동일하고 피검사 결과 악성이 아닌 양성 종양으로 판명 나 CT 검사는 따로 이뤄지지 않았다.

병원 측은 A씨 보호자 동의를 거쳐 입원 후 난소 혹을 제거하는 복강경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소화기와 간, 신장 등이 들어있는 복강과 복강 안을 진찰하고 치료하기 위한 내시경을 말하는 복강경은 일반 수술에 비해 절개하는 부위가 작아 회복기간이나 통증, 흉터가 적다.

지난달 16일 복강경 수술에 나선 길병원 산부인과 의료진은 초음파 검사에서 나타난 왼쪽 난소가 아닌 대장 인근에 종양 같은 덩어리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A씨 보호자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전달한 뒤 개복수술을 통해 이 덩어리를 제거했다. 그러나 의료진이 제거한 덩어리는 종양이 아닌 A씨의 신장 2개 중 하나였다. 알고 보니 A씨는 신장이 제 위치(등쪽)가 아닌 다른 부위에 자리잡고 있는 ‘이소신장’을 갖고 있었다. 신장도 통상적인 모양과 달랐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A씨 가족은 지난달과 이달 2차례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환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의료법과 의료사고 보상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A씨 가족은 청원 글에서 “잘못 떼어 낸 신장은 9㎝로 정상 크기였고 제 기능을 하는 신장이었다”라며 “의료진은 신장은 하나 없어도 잘 관리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수 있다는 황당하고 무책임한 답변만 했다”고 적었다.

A씨 아들은 17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어머니가 신장이 잘못 제거된 사실을 알고는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라며 “유명인과 달리 일반인은 병원에서 ‘배째라’식으로 나 몰라라 하는데, 책임 있는 자세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길병원은 A씨 가족에게 사과하고 보상 협의를 진행 중이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이소신장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려줬다면 CT 검사 등을 했을 텐데 아쉬움이 있다”라며 “혹이 아닌 신장을 제거한 것은 잘못이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에게 사과하고 병원비를 포함한 보상금도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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