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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 크라운, 해태 삼키며 제과업계 빅2로… 장남에 경영권 편법 승계 비판도

입력
2017.07.1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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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 해태제과

경영위기 업체 인수 대성공

윤영달 회장 ‘미다스 손’ 부상

‘허니버터칩’ 만든 사위보다

‘두라푸드’가 그룹 최대주주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그룹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그룹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10만원에 허니버터칩 두 봉지 삽니다"

2014년 8월 해태제과가 출시한 ‘허니버터칩’ 이라는 과자가 국내 유통가를 강타했다. 과자 한 봉지를 사기 위해 대형마트와 편의점 수십 군데를 도는 사람이 생겨나고, 인터넷 거래사이트에서는 1,500원짜리 허니버터칩 한 봉지가 5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없어서 못 먹는 과자’라는 소문이 돌면서 과자에 별다른 관심을 없던 일반 사람들도 과자 구하기 경쟁에 뛰어들고 이는 허니버터칩 품귀현상을 더욱 가속화 시켰다. 급기야 편의점 등에서는 허니버터칩을 안 팔리는 다른 과자ㆍ음료수와 묶어 파는 이른바 ‘인질마케팅’을 벌여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허니버터칩 열풍은 제과 업계를 넘어 전 산업계로도 확산됐다. 허니버터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마케팅에 이용하려고 과자업계는 물론 주류, 화장품 등 다른 산업계에서도 꿀(허니)을 주제로 한 유사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허니버터칩 열풍이 계속되자 학계와 기업 연구소에서는 그 인기 요인과 마케팅 과정을 분석하기도 했다.

제계 관계자는 “첨단 IT제품도 아닌 과자 한 봉지가 당시처럼 나라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며 “허니버터칩 같은 메가 히트 상품이 제과업계에서 또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운ㆍ해태 연이어 살린 과자업계 미다스의 손

허니버터칩 성공으로 경제계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사람은 크라운제과의 윤영달(72) 회장이다. 윤 회장은 고(故) 윤태현 크라운제과 창업주의 장남으로 크라운제과를 이끌다 2005년 해태제과식품(이하 해태제과)을 인수해 크라운해태제과그룹을 일궜다. 그리고 약 10년 뒤 허니버터칩이라는 공전의 히트작을 발판으로 2001년 증시에서 퇴출됐던 해태제과를 다시 상장시키는 경영 수완을 발휘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윤 회장이 살린 것은 비단 해태제과뿐 만이 아니다. 그룹의 모태인 크라운제과 역시 1997년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았으나 2003년 화의(파산 예방을 목적으로 채무 정리에 관해서 채권자와 채무자가 맺는 계약)를 졸업하며 기사회생한다. 당시 영업사원과 함께 현장을 누비는 윤 회장의 노력을 인정해 채권단이 화의를 받아들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사실 크라운제과는 해태제과를 인수하기 전까지 제과업계 변방에 속하는 마이너업체에 불과했다. ‘산도’와 ‘죠리퐁’ 등 크라운제과만의 스테디셀러 제품이 있긴 했지만, 롯데와 오리온 등 대형 제과업체에 밀려 사세를 쉽게 확장하지 못했다. 윤 회장은 크라운제과가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은 것도 회사의 작은 규모 때문이었다고 판단하고, 화의 졸업 후 회사 외형 성장에 집중한다.

윤 회장이 당시 크라운제과보다 덩치가 두 배 컸던 해태제과 인수전에 뛰어들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빅3 제과업체 중 한 곳이었던 해태제과는 1997년 해태그룹 부도 후 UBS캐피탈 등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매각된 상태였다.

경영난을 극복한 지 얼마 안된 크라운제과가 해태제과 인수에 나서자 제과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크라운이 해태제과를 인수할 자금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윤 회장은 군인공제회, KTB네트웍스 등과 컨소시업을 구성해 약 6,500억원에 해태제과 지분을 전부 매입한다. 해태 인수에 성공한 크라운은 오리온을 제치고 제과업계 1위 롯데와 어깨를 겨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제과 업계 관계자는 “크라운 측이 해태제과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면서 현재는 지분 70%를 보유한 확실한 대주주가 됐다”며 “당시에는 무리한 인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결과적으로 해태제과 인수는 크라운을 업계 2위로 키운 ‘신의 한수’였다”고 평가했다.

연양갱 만드는 회사로 경영권 승계

최근 지배구조를 지주사 체재로 전환한 크라운해태제과그룹에서 가장 주목 받는 회사는 ‘두라푸드’ 라는 비상장 계열사다. 윤 회장의 장남 윤석빈(46) 대표가 최대주주인 두라푸드가 그룹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3년 설립된 두라푸드는 ‘죠리퐁’과 ‘카라멜콘과 땅콩’ 등을 만들어 크라운제과에 납품하던 회사였다. 2009년에는 해태제과의 ‘연양갱’ 사업부를 인수해 해태와 크라운 양쪽에 제품을 공급하며 회사 덩치를 크게 불렸다. 실제 2009년 39억원에 불과했던 두라푸드 매출은 지난해 137억원까지 늘어났다. 두라푸드가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두라푸드는 지난해 윤 회장으로부터 크라운제과 지분 60만주를 넘겨 받으며 크라운제과 1대주주(24.13%) 자리도 꿰찬다. 윤석빈 대표가 두라푸드 지분 59.6%를 보유한 최대주주라 그룹의 지배구조는 ‘윤석빈→두라푸드→크라운제과→해태제과’로 바뀌게 됐다.

오너 2세가 대주주인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 규모를 키우고, 다시 이 회사에 지분을 넘겨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세우는 기업들의 전형적인 경영권 승계 방식이 크라운제과에서도 그대로 반복된 셈이다.

올해 3월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크라운그룹에서 윤석빈 대표와 두라푸드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크라운제과가 지주회사인 크라운해태홀딩스(존속법인)와 사업회사인 크라운제과(신설법인)로 인적분할 하면서 두라푸드가 자연스럽게 두 회사의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됐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두라푸드가 보유한 크라운제과 지분을 활용해 그룹 지주회사인 크라운해태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을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윤 회장은 해태제과 인수 뒤 모회사인 크라운제과 경영은 윤석빈 대표에게, 자회사인 해태제과 경영은 사위인 신정훈(47) 대표에게 맡겨 두 사람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왔다. 신 대표는 허니버터칩 개발로 해태제과 제2전성기를 열며 윤 회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실제 해태제과의 매출은 신 대표가 취임하기 직전인 2007년 5,270억원에서 지난해 7,928억원으로 50.4% 증가했다. 윤 대표가 경영을 맡은 크라운제과 매출 증가율 34%를 압도하는 수치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경영능력은 주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신 대표는 두라푸드, 크라운해태홀딩스 등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 주요 주주 명단에 아직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크라운 관계자는 “두라푸드의 연양갱 매입 가격은 다른 협력사와 동일한 조건으로 일감몰아주기가 아니다”라며 “윤석빈 대표도 해태제과 인수 후 취약해진 크라운제과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개선하는 경영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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