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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맞수] 윤성빈 파워 스타트 vs 두쿠르스 노련한 조종술

입력
2018.01.09 19: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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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vs 슈퍼맨 대결

썰매의 볼트 두쿠르스 아성

신성 윤성빈이 ‘넘사벽’ 깨뜨려

최근 맞대결 4승 2패로 우세

윤성빈 순발력 뛰어난 스타트

두쿠르스 트랙 적응력이 장점

설 연휴 기간에 세기의 빅매치

지난 해 12월 캐나다 휘슬러 월드컵 3차 대회에서 활주하는 윤성빈의 모습. 휘슬러=AP 연합뉴스
지난 해 12월 캐나다 휘슬러 월드컵 3차 대회에서 활주하는 윤성빈의 모습. 휘슬러=AP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독일 빈터베르크에서 레이스를 하는 두쿠르스. 빈터베르크=dpa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독일 빈터베르크에서 레이스를 하는 두쿠르스. 빈터베르크=dpa 연합뉴스

슈퍼맨 vs 아이언맨.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은 사실상 양자 대결이다. ‘스켈레톤의 황제’ ‘썰매계의 우사인 볼트’라 불리는 마르틴스 두쿠르스(34ㆍ라트비아)는 ‘슈퍼맨’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시즌별 세계랭킹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고 50번이나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는 게 세상의 이치. 슈퍼맨의 아성을 흔드는 주인공이 등장했다. 한국의 윤성빈(24)이다. 평소 아이언맨을 좋아해 아이언맨 디자인의 헬맷을 쓰는 그는 2017~18시즌 월드컵에서 4번 우승, 2번 준우승을 차지해 두쿠르스(우승2 준우승2)를 앞선다. 최근 맞대결에서도 6번 맞붙어 윤성빈이 4승2패로 우세하다.

2016년 2월 오스트리아 이글스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윤성빈.(가운데) 오른쪽은 3위에 그친 두쿠르스. 이글스=EPA 연합뉴스
2016년 2월 오스트리아 이글스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윤성빈.(가운데) 오른쪽은 3위에 그친 두쿠르스. 이글스=EPA 연합뉴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쿠르스는 윤성빈에게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같은 존재였다.

지난 해 3월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에서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치러진 2016~17시즌 월드컵 8차 대회에서 두쿠르스에 0.01초 차이로 패한 윤성빈은 “두쿠르스의 위대함을 새삼 느낀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가 이처럼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스켈레톤은 썰매에 엎드려 최고 시속 140km로 1,500m의 안팎 길이의 얼음 슬라이딩 트랙을 내려온다. 주행 중 썰매를 조종하면 할수록 썰매 날과 얼음 트랙 사이에서 미세한 마찰이 생겨 기록에서 손해를 본다. 조종을 최소화하려면 트랙의 빙질이나 특징을 파악해 자연스럽게 라인을 타야 한다.

14세에 스켈레톤을 시작해 17세에 라트비아 국가대표가 된 두쿠르스는 전 세계 트랙의 특징을 훤히 꿰고 있을 뿐 아니라 처음 접하는 트랙을 파악하는 통찰력도 뛰어나다. 두쿠르스는 평창 월드컵에서도 1차 주행에서 50초87로 윤성빈(50초69)에 뒤졌지만 순식간에 코스를 파악한 뒤 2차 주행에서 50초64(윤성빈 50초83)의 트랙 레코드 기록을 세우며 1,2차 합계 역전승을 거뒀다. 두쿠르스는 썰매 집안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 다이니스 두쿠르스는 다른 썰매 종목인 봅슬레이 선수 출신이고 라트비아 스켈레톤 대표팀 코치도 지냈다. 친형인 토마스 두쿠르스도 동생과 함께 매 대회 함께 출전하는 스켈레톤 선수다.

윤성빈의 힘찬 스타트 장면. 휘슬러=AP 연합뉴스
윤성빈의 힘찬 스타트 장면. 휘슬러=AP 연합뉴스

이에 맞서는 윤성빈의 필살기는 스타트다. 썰매의 스타트는 육상 100m처럼 전체 레이스를 좌우한다. 이론적으로 0.1초의 스타트 차이가 최대 0.3초까지 기록 차이로 이어진다고 한다. 윤성빈은 올 시즌 월드컵 대회 스타트 기록(스타트 후 썰매를 끌고 가다가 초반 15m를 벗어나기 전에 올라타야 함. 15m 구간 통과 후 스타트 구간 통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스타트 기록으로 측정. 스타트 구간 길이는 트랙마다 조금씩 다른데 보통 40~50m. 평창의 경우 45m)에서 두쿠르스에 뒤진 적이 없다. 윤성빈이 월드컵 3차 대회에서 작성한 4초50은 올 시즌 베스트 스타트 기록이다.

그는 타고난 재능에 피나는 노력을 더해 스타트 능력을 향상시켰다. 윤성빈은 178cm의 신장으로 제자리에서 뛰어 올라 농구 골대를 잡을 정도로 순발력과 탄력이 뛰어나다. 여기에 매일 윗몸 일으키기 1,000개와 2시간의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을 단련했다. 2012~13시즌 세계랭킹 70위에 그쳤던 그는 이듬해 랭킹을 22위까지 끌어올린 뒤 매 시즌 놀라운 성장을 거듭한 끝에 올 시즌 현재 두쿠르스를 2위로 밀어냈다.

윤성빈이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기대하는 또 다른 배경은 ‘홈 이점’이다. 윤성빈은 오는 15일부터 평창에서 실전훈련에 들어간다.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다음 달 13일까지 다른 나라 선수들의 출입이 제한되지만 개최국 선수는 규제를 받지 않는다. 윤성빈은 올림픽 개막 전까지 트랙을 완전히 몸에 익히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썰매는 홈 트랙을 자주 이용할 수 있는 개최국 선수가 절대 유리하다. 세계 최고의 실력을 지닌 두쿠르스가 2010년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 때는 존 몽고메리, 2014년 소치 올림픽 때는 알렉산더 트레티야코프 등 개최국 선수에 밀려 은메달에 머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핑 규약을 위반한 트레티야코프의 금메달을 얼마 전 박탈하면서 두쿠르스가 금메달을 승계 받게 됐지만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한 번도 서보지 못한 그의 한은 깊다. 이 때문인지 두쿠르스는 윤성빈을 유독 경계하며 차갑게 군다고 한다. 윤성빈은 과거 인터뷰에서 “난 두쿠르스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는 나에게 인사도 안 해준다고”며 토로한 적도 있다.

윤성빈과 두쿠르스가 펼칠 ‘세기의 대결’은 설 연휴인 다음 달 15일과 16일 벌어진다. 이틀 간 네 차례 활주를 한 뒤 시간을 합산해 순위를 결정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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