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소비량 연평균 4.2%씩 늘고
석탄화력발전소 20기 증설 계획도
국제사회 ‘친환경 脫석탄’에 역행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석탄을 1인당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소비하는 국가로 지목됐다. 현재 추세라면 2030년 우리나라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3위가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20기를 더 지을 계획이어서 국제 사회의 ‘친 환경 탈 석탄’ 흐름에 역행하는 에너지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석탄 사용량은 2.29tce로, 카자흐스탄(3.15tce) 호주(2.66tce), 대만(2.51tce), 남아프리카공화국(2.46tce)에 이어 5위로 집계됐다. tce는 석탄 1톤당 발열량이다. 소비 절대량이 가장 많은 중국(2.07tce, 7위)은 물론이고 주요 석탄 사용국인 미국(1.93), 일본(1.30)보다 높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1인당 석탄 사용량이 높은 것은 정부가 무분별하게 늘린 석탄화력발전소 때문이다. 고유가 시절 비싼 에너지원인 석유를 대체할 수단으로 값 싼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를 늘리면서 현재 국내에 53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그 바람에 지난해 우리나라는 중국, 인도,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석탄을 수입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내 석탄 소비의 60%는 화력 발전에 쓰이며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뿜어내는 온실가스가 국내 발생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세계 각국은 석탄 사용을 줄이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1인당 석탄 사용량은 1990년 1.43tce에서 지난해 1.13tce로 감소했다. 심지어 대기오염이 심한 중국도 지난해 최정점을 찍고 석탄 소비가 줄어드는 쪽으로 바뀌었다. 반면 1990년 1인당 0.85tce의 석탄을 소비했던 우리나라는 오히려 소비량이 연평균 4.2%씩 증가했다.
더 큰 우려는 앞으로도 우리의 석탄 사용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신규 건설 허가를 받은 석탄화력발전소는 현재 20기다. 이들이 차례로 가동에 들어가면 석탄 소비량은 당분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초 프랑스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정부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경제 규모에 따른 기본 전기 수요 때문에 당장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됐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24기 중 4기가 지난 6월 발표한 7차 계획에서 철회됐다”며 “효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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