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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김으로 색 변하는 필름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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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김으로 색 변하는 필름 개발

입력
2017.03.2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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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김만으로 색깔이 변하는 필름이 개발됐다. 향후 담배나 양주, 화장품 등이 진품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데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화학연구원 융합화학연구본부는 습도 변화에 반응해 색소 없이도 색깔을 변화시킬 수 있는 투명 필름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진은 이 기술에 대한 국내외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이 기술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구조색’ 원리를 본떴다. 예를 들어 몰포나비의 날개는 파란색을 띄는데, 이는 파란 색소가 들어 있어서가 아니라 날개 표면을 이루는 물질들이 독특한 구조로 배열돼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날개 표면이 빛을 받으면 이런 구조 때문에 특정 영역의 파장만 반사돼 우리 눈에 특정 색깔로 보이는 것이다. 몰포나비 외에 장수풍뎅이, 오팔, 공작새 꼬리 등도 이와 같은 원리로 ‘구조색’을 띤다.

연구진은 구조색에서 착안해 수분을 흡수할 수 있으면서 빛을 받았을 땐 스스로 화학반응을 일으켜 특정 구조로 자체 배열하는 고분자물질을 인위적으로 합성해냈다. 그리고 이를 투명 플라스틱 기판에 여러 층으로 코팅한 다음 입김을 불어봤다. 그 결과 습도가 일정 수준을 넘었을 때 색깔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이후 습도가 증가할 때마다 색깔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를 주도한 박종목 화학연 책임연구원은 “필름이 높은 습도에 노출되면 고분자물질이 민감하게 반응해 굴절률이 주기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습기가 없어지면 색도 함께 사라져 원래의 투명한 상태로 되돌아온다.

한국화학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습도 변화에 따라 색이 변하는 필름을 선보이고 있다. 일반 공기 중에선 투명하게 보이다가(왼쪽에서 첫 번째) 입김을 불면 색깔이 나타난다(두 번째). 입김을 계속 불어 습도를 높이면 색깔이 달라진다(세 번째, 네 번째). 화학연 제공
한국화학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습도 변화에 따라 색이 변하는 필름을 선보이고 있다. 일반 공기 중에선 투명하게 보이다가(왼쪽에서 첫 번째) 입김을 불면 색깔이 나타난다(두 번째). 입김을 계속 불어 습도를 높이면 색깔이 달라진다(세 번째, 네 번째). 화학연 제공

연구진은 별도의 도구 없이 손쉽게 진위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보안기술로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컨대 담뱃갑에 이 기술로 만든 정품인증 이미지를 붙이면 입김을 불었을 때 이미지가 나타나는 제품만 진짜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식이다. 박 연구원은 “색 변환 잉크나 홀로그램, 입체필름 같은 기존 보안기술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제조할 수 있고, 입김을 불어야만 이미지가 나타나기 때문에 복사나 복제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대량생산 방법 개발 등 관련 업체와의 추가 연구를 통해 기술이전과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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