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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원유 수입 급증…정유업계, 경제성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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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원유 수입 급증…정유업계, 경제성 딜레마

입력
2017.04.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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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정부 통상압박 대응 위해

정부, 수입원 다변화 등 독려

정유업계는 눈치보며 도입계약

“운송 기간 20일이나 더 걸리고 수익성 지속도 불투명” 부담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도 늘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산 원유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전체의 80% 이상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는 원유 수입원을 다변화하고 미국의 통상 압력에 대응해 무역수지 균형을 맞춘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수익성이 낮은 미국산 원유를 정부의 독려에 못 이겨 지속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정유업체들로서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다국적 석유 기업 셸(Shell)로부터 미 남부 멕시코만에서 생산된 원유 200만 배럴을 들여오기로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금액은 1억 달러(1,138억원)로 내달 초 100만 배럴을 우선 도입하고 나머지 100만 배럴은 6월에 들여오기로 했다. 현대오일뱅크가 미국산 원유를 수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GS칼텍스는 지난해 말 미국산 원유를 200만배럴을 수입했다. 미국이 자국산 원유 수출금지를 41년 만에 해제한 이후 첫 수입이었다. GS칼텍스는 오는 6월 미국에서 50만배럴을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미국이 지난해 원유 금수조치 해제 이전부터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업계에 수입원 다변화를 독려해왔다. 2014년 미 정부가 이례적으로 일부 업체들에 콘덴세이트(비정제 초경질유) 수출을 허용해 SK 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이 시험 삼아 각각 40만배럴씩 수입한 적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정부의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 정부는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정유업계가 솔선수범해 미국산 원유 수입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때마침 중동 두바이유 가격이 오르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보다 비싸지고 운임 격차도 4~5달러에서 1~1.5달러로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미국산 원유의 매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정유산업이 규제산업인 만큼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정부 방침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정유업계는 정부의 요청으로 미국산 원유를 일시적으로 수입할 수는 있어도 장기계약을 통한 도입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기존 거래선과 계약 문제가 있는 데다 미국산 원유의 경제성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업체의 정제시설이 대체로 중동상 중질유에 최적화돼있고 주 수익원인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인 나프타 수율도 미국산보다 중동산 원유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를 수입하는 데 30일 정도 걸리는 것과 달리 미국산 원유는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없는 탓에 대서양으로 돌아와야 해서 20일 정도 더 걸려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원하는 대로 장기계약을 통해 수입량을 늘리는 것은 채산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산 원유 수입이 여의치 않자 가스 수입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오는 6월부터 20년간 연 280만톤의 미국산 셰일가스를 수입하기로 했다. SK E&S와 GS EPS는 2019년부터 20년간 각각 220만톤, 60만톤의 셰일가스를 들여오기로 장기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공급량으로도 LNG 수요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이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에너지 안보와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미국산 원유ㆍ가스 수입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시장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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