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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예산정국으로 빠져든 가운데 올해도 ‘정부 예산안 제출→상임위의 대폭 증액 →예결특위 감액’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해마다 예산안이 심사 과정에서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도 문제지만 상임위의 무리한 증액과 예결특위의 감액이 반복되면서 국회가 예산 심사의 효율성 저하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16일부터 국회 예산결산특위 예산안조정소위를 가동하고 본격적인 예산심사에 돌입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5년도 예산안(376조원 규모)이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13조5,690억원이 증액된 점을 감안하면, 불요불급한 예산을 정부 예산안 규모로 다시 감액하는 대규모 ‘칼질’이 불가피하다. 결국 2주 남짓 가동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상임위에서 무분별하게 떠넘긴 예산까지 검토하다 보면 시간에 쫓겨 부실심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예산안 심사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2013년과 2012년에도 국회는 상임위 과정에서 정부 예산안보다 각각 11조4,155억원, 10조9,590억원을 증액했으나, 계수조정소위(현 예산안조정소위)를 거치며 각각 13조원, 11조원 이상 감액됐다.
상임위 심사 과정의 ‘묻지마 증액’은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올해 상임위별 예산 증액 규모를 살펴보면 지역 민원이 많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관련한 국토교통위가 7조1,91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보건복지위 2조8,996억원, 농해수위 1조3,100억원, 산자위 6,363억원 순이었다. 특히 국토교통위에선 정부 예산안에는 단돈 1원의 예산도 책정되지 않은 도로건설 사업 명목으로 1,932억원이 증액될 만큼, 지역 민원에 따른 예산 신규편성이 봇물을 이뤘다. 야당 의원 보좌관은 “상임위에서 증액해도 예산안조정소위에서 거의 살아남지 못하는 것을 알지만 지역 유권자에게 ‘이 정도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가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예산심사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임위와 예결특위 간 분명한 역할 배분과 예결특위 상임위화를 주문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예산심사 과정에서 총량에 대한 합의가 없으니 무리한 증액이 남발된다”면서 “예결특위는 예산 총량과 부분별 한도를 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상임위는 그 한도 내에서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예결특위를 상임위로 만들어 실질적 권한을 부여한 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심사토록 해야 한다”면서 “지역 챙기기 예산이 문제가 된다면 예결특위는 지역구 의원 대신 비례대표 의원들로 구성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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