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명성은 세월 이기지 못해’

알림

‘명성은 세월 이기지 못해’

입력
2017.04.21 13:57
0 0

정형외과+재활병원의 새 길 연다. 대구 365병원

대구 365병원 전경.
대구 365병원 전경.

‘We move the world in silence.’

포스코 담장에 걸린 슬로건이다. TV 광고로 널리 알려진 카피이기도 하다.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인다.’ 철이 하는 일은 세상을 움직일 만큼 많고,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그것을 알지 못한다. 이것은 관절에 관한 더 적절한 활유법이다. 사람의 뼈는 206개, 뼈와 뼈 사이를 잇고 감싸는 관절은 그 절반쯤인 100개다. 관절이 하는 일은 세상을 움직일 만큼 많고,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그것을 알지 못한다.

관절처럼 조용히 세상의 모든 관절 환자들을 일으켜 움직이고 싶은 병원이 있다. 대구 서구 365병원. 우병철 병원장은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흔히 ‘의사들의 엘리트코스’라고 하는 서울 국립의료원(NMC)에서 전공의 수련 과정을 마쳤다. 1999년 대구 삼성정형외과의원(개인병원)을 개원했고 2007년 지금의 365병원을 열었다.

대구 정형외과병원 약사(略史)

365병원이 개원한 당시 대구에 정형외과병원은 흔치 않았다. 365병원은 본리네거리 ㅇ병원, 복현동 ㅂ병원, 봉덕동 ㅅ병원 등과 나란히 대구 정형외과 빅5로 꼽혔다. 출발이 늦은 것도 아니었지만 빠른 편도 아니었다. 2~3년 먼저 시작한 정형외과병원들은 1세대 선발주자의 프리미엄을 누리며 크게 성장했다.

당시 빅5는 정형외과 수술병원을 내걸었다. 정형외과 수술병원만으로도 환자 유치에 어려움이 없던 시절이었다. 상황은 급변했다. 불과 3~4년 만이었다. 의료시장 개방과 광고제한 완화, 보험수가 변화 등의 여파였다. 특화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든 시절이었다.

“365병원은 2010년 관절시술 특화에 나섰습니다. 1999년 삼성정형외과의원을 시작해 명성을 얻었지만, 정형외과병원으로서 365병원의 출발은 2~3년 늦은 셈입니다. 정형외과 수술병원 선발주자의 프리미엄을 누리지는 못한 것은 아쉽지만 이전의 명성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관계자의 설명이다.

2007년 전후로 ㄷ병원, 2010년 문을 연 ㅇ병원 등은 특화에 성공해 급성장을 이뤘지만, 내부 분열로 주춤했다. 이틈을 비집고 젊은 의사들이 연합 병원을 열면서 도전장을 냈다. 의료의 질을 보는 환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젊은 의사들이 연합 병원의 형태로 뭉친 것이다. 과잉 공급이 이어졌다.

“365병원은 2013년 1월 중추신경계 재활센터를 열었습니다. 정형외과병원에 재활센터를 결합한 특화전략이죠. 재활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희망적입니다. 저희 재활센터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알려진다면 더 많은 재활 환자들의 선택을 받게 될 거예요.”

발상의 전환으로 일군 강점들

365병원은 이름 그대로 일년 365일 24시간 의료진이 상시 대기 진료한다. 매우 큰 강점이다.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 여기에다 365병원의 진료 과목은 6개다. 내과, 재활의학과, 신경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정형외과 등이다. 입원 환자와 가족들이 응급 상황은 물론 감기라도 걸렸을 때 진료 과목수 만큼 다른 병원으로 진료 받으러 가지 않아도 된다. 보통 정형외과는 진료 과목이 2~4개에 그친다. 처음에는 ‘정형외과에 무슨 재활센터냐‘던 환자들이 지금은 ‘정형외과에 재활센터가 있으면 장점이 더 많다’고 알아봐준다.

“‘밥이 좋다’(식사의 질이 높다)는 것은 이미 많이 입소문을 탔어요. 직접 먹어보고 비교해본 환자들의 평가가 가장 정확하겠죠. 밥이 좋은 것에는 다른 비결이 없습니다. 돈을 그만큼 더 들이는 것 말고는. 비용을 줄인다고 밥값부터 줄이지만 밥값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예요.” 관계자의 설명이 명쾌하다. 발상의 전환으로 이룬 강점이 한둘이 아니다.

앞산이 잘 바라다 보이는 8층에 3면을 통유리로 틔운 재활센터는 피트니스센터 같다. 환자의 몸이나 인지적 상태가 온전하지 않다고 해서 환경이 좋은지 나쁜지 잘 알아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런 환자들일수록 쾌적한 환경을 본능적으로 먼저 알아보고 좋아한다. 쾌적한 환경은 그들에게 더 필요하다. 치료효과가 더욱 좋아진다. 치료사와 환자들 사이에 칸막이 하나 없이 한 공간을 나눠 가진다.

입원실에 들어가 보면 침대와 침대 사이가 매우 넓다. 전동 휠체어가 드나들기에도 넉넉하고 심리적으로도 여유롭다. “장기 입원 재활환자가 많기 때문에 입원실은 집과 같습니다. 몸이 불편한 데다 의사표현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재활 환자들은 약자 중에서도 약자죠. 한 방에 침대 몇 개를 더 들여 얻는 수익성보다 넉넉한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환자와 가족들에게 주는 만족감이 훨씬 더 훌륭한 병원의 메리트예요.” 역시 발상의 전환이다.

무엇보다 환자들은 치료사와 간호사, 직원들이 환자의 마음을 잘 알아준다고 입을 모은다. 재활센터에서 만난 이정립(68) 씨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몸이 불편한 재활환자들에게는 마음을 잘 맞춰주는 것이 특히 중요해요. 이 병원에 입원한 지 8개월째인데 치료사나 간호사들이 한 번도 화를 내는 걸 보지 못했어요. 서울에서부터 다섯 개 병원을 옮겨 다녔는데 여기가 가장 맘에 듭니다.”

이 판국에 어쩌자고 ‘과소 진료’를

관절은 관절의 힘만으로 지탱되지 않는다. 연골과 힘줄, 근육과 같은 다른 여러 기관의 도움 없이 관절은 다. 힘줄과 근육이 튼튼하면 그만큼 관절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러한 관절과 뼈, 연골이 건강하려면 영양 공급이 잘 이뤄져야 하고 면역 세포가 활발히 활동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혈액 순환이 원활해야 하고 결국 몸 구석구석의 신진대사가 잘 이뤄져야 한다. 관절의 건강도 우리 몸 전체의 건강과 균형의 결과물이다. 관절 건강은 앉으나 서나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매우 기본적인 몸의 습관에서 시작된다.

우병철 365병원 원장.
우병철 365병원 원장.

우병철 원장은 요즘 의사치고 ‘특이’하다. 솔직히 말해 ‘과잉 진료’를 해도 병원 유지하기 어려운 판에, 그는 어쩌자고 ‘과소 진료’로 종종 환자들의 항의까지 받는다. 환자들에게까지 ‘과잉 진료’가 일반적인 진료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에서 그는 그냥 자신의 길을 간다. 우직하거나 답답하거나. 무슨 대단한 인술을 펴려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성격이, 스타일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

“이게 편해요. 다르게 하려 해도 잘 안 돼요. 그래서 병원은 좀 ‘빡빡하게’ 돌아갑니다. 함께 일하는 병원 식구들에게는 미안하죠.” 관절이라는 몸에 그는 함부로 칼을 대지 않는다. 관절 건강이 가장 기본적인 몸의 습관에서 시작하듯, 관절뿐만 아니라 모든 수술에서 완치란 사실 없다. 그 점을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환자와 가족들에게 늘 설명한다.

병원들도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 게 현실이다. 경영의 논리에 가려진 시스템과 의지, 내실과 강점을 헤아려볼 의료 소비자의 밝은 눈이 필요한 때다.

나의 투병담 365병원 입원 하재회 씨

1년8개월만에 뇌경색 회복 단계

“몸 성찮은 환자들과 스스럼없는 치료사 간호사 덕분”

그 말이 맞았다. ‘화는 홀로 닥치지 않는다.’ 2015년 5월 31일 마늘밭에서 일하다가 쓰러진 그는 급히 영남대의료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뇌경색이었다. 거기에다 심근경색이 함께 와 있었던 것. 기가 막혔다. 하나도 힘든 손님이 엎친 데 덮쳤다. 심장수술부터 해야 했다. 수술 날짜는 금방 닥쳤다. “전신 면도를 하고 침대에 눕자 더욱 기가 막혔어요. 강한 오기 같은 게 생기데요. ‘몸이 등신 됐는데 심장이 좋아진들 뭐하겠노.’ 질질 끌고 다니는 몸부터 낫게 해야겠다는 결심이 섭디다. 수술 직전 수술을 미뤘어요.” 몸을 낫게 해서 다시 오겠다며 수술실을 나섰다. 재활 병원으로 갔다. 3~4개월 정도 재활치료를 받았다. 몸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다. 어깨와 팔이 입 부근까지 올라갔다. 어깨가 올라가야 팔이 올라갔다. 어깨와 팔이 자연스레 따로 놀지 않고 항상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게 힘들었다. 거기까지였다. 재활치료를 계속하는 과정에서 온몸에 자꾸 힘이 빠졌다. 관절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365병원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그 무렵이었다. 처음부터 이 병원을 다 알고 온 것은 아니었다. “입원실이 넓어요. 침대와 침대 사이가 넓어요. 그래서 환자가 보호자 없이 혼자 거동하기 좋고 휠체어를 타고 마음대로 다닐 수 있습니다.’ 그에게 이 병원을 권했던 사람이 했다는 말을 그가 똑같이 반복했다. 그것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알게 되는 사실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이 병원에서는 환자와 치료사가 한 공간에서 생활합니다. 치료사 방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환자들과 치료사들 사이에 칸막이 하나 없어요.” 열려 있는 같은 공간에 치료사들의 책상이 두 줄로 모여 있을 뿐이다. 덕분에 치료사들은 환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언제나 모니터링할 수 있고, 환자들은 언제라도 치료사와 대화할 수 있다.

이곳에서 재활 치료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질질 끌던 그의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팔이 이마까지 올라갔다. 걷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그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려 애쓰게도 됐다. 일년 조금 넘는 기간에 그에게 일어난 ‘놀라운’ 일들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찮을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이렇게 하면 좋아지는구나 하는 성취감보다 더 좋은 약은 없다. 원래 부지런했던 그였지만 재활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이 자꾸 생긴다.

이제 1년 8개월째. 그는 지팡이를 짚지 않고도 혼자 걸을 수 있다. 좀 느릴 뿐 정상적인 걸음이다. 대화는 막힘이 없고, 발음도 또렷하다. 지명과 사람 이름도 잘 기억해낸다. 며칠 전에는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환자 수기 공모전에 낼 수기도 썼다. 그는 이 병원에서 가장 바쁜 환자다. 하루 네 번 정해진 시간보다 더 오래 재활 운동을 한다. “1만 평 마늘밭은 1천 평 정도로 줄여 전화로 농사를 짓고 있어요. 몸이 이만큼 회복된 것만 해도 기쁘고 행복합니다.”

부축을 받아 팔다리를 끌며 다니던 ‘몸 등신’ 그를 무엇이 이렇게 바꿔놓았을까. 무엇보다 그 자신이다. 그는 1만 평 마늘농사를 짓듯 재활 운동에 많은 땀을 흘렸다. 그러나 그는 자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꼭 덧붙인다.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환자가 1년 8개월 만에 이렇게 좋아진 경우는 아마도 드물 거예요. 치료사와 간호사님들 덕분이죠. 몸 성찮은 환자들과 몸 부대끼는 것을 꺼려하지 않아요. 그런 걸 피부로 느끼게 되면 이 사람들이 나를 가족이나 친구처럼 대한다는 생각이 들지요. 정말 동생 같고 딸 같아요. 같이 땀을 흘리고 나면 치료 효과가 훨씬 커집니다.”

피트니스센터처럼 3면이 탁 트인 통유리인 재활병원. 웬만한 집밥 못잖다는 1식5찬 식사. 감각이나 판단이 온전치 않은 환자들이 그런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없을지라도 그런 배려는 그런 환자들에게 더욱 필요한 것이다.

김윤곤기자 seou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