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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기억합니다… 우울했던 음악과 달리 따뜻했던 유재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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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기억합니다… 우울했던 음악과 달리 따뜻했던 유재하를

입력
2017.11.01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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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프로듀서 추모앨범 발매

‘유재하 음악경연’ 동문들도

앨범 내고 릴레이 공연 이어가

단 한 장의 앨범으로 전설이 됐다. 유재하(1962~1987)가 세상을 떠난지 이날 꼭 30년이 됐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단 한 장의 앨범으로 전설이 됐다. 유재하(1962~1987)가 세상을 떠난지 이날 꼭 30년이 됐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작곡가 김형석은 가수 유재하(1962~1987)가 남긴 곡 ‘미뉴에트’를 특히 좋아했다. 대중가요에서 현악 4중주로만 이뤄진 곡을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이 곡은 유재하의 유작이자 그가 세상에 남긴 단 한 장의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1987)에 실렸다.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던 김형석은 테이프로 이 곡을 처음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로부터 30년 후, 김형석은 추억을 떠올리며 ‘미뉴에트’를 리메이크하기로 했다. 1일 유재하 30주기를 맞아 준비한 추모 앨범에 넣기 위해서다. 그는 유재하가 남긴 클래식의 유산을 아카펠라로 꾸리기로 마음 먹었다. “현악의 화음을 사람의 화음으로 표현하려고요. 이번 주 토요일(5일)에 녹음할까 해요.”(김형석)

서도호 작가와 수지도 나서… 유재하가 2집을 낸다면?

“유재하는 대중가요 모더니즘의 시발점”(김작가 음악평론가)이었다. 피아노 한 대의 단출한 곡 구성으로 감정의 서사를 쌓아 한국형 팝 발라드의 새 장을 열었다. 그의 음악엔 소위 ‘뽕끼’가 없었다. 바이올린과 플루트 등 클래식 악기로 1980년대 유행가에 만연했던 트로트의 풍취를 지운 것이 큰 차별점이었다. ‘안개 속에 쌓인 길’(‘가리워진 길’)처럼 “격정 대신 사색으로 차분히 써 내려간 노랫말”(김성환 음악평론가)은 유재하가 지닌 서정의 고갱이였다.

클래식 작법으로 가요계에 새 지평을 연 25세 청년이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지 꼭 30년이 되는 이달, 가요계에선 그를 향한 추모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유재하장학재단에 따르면 가수 수지와 이진아 등이 유재하의 음악을 다시 만들고 부른 추모 앨범을 이달 중순에 낸다. 김형석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앨범 표지는 ‘집’ 시리즈로 유명한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서도호가 디자인한다. 서도호는 유재하와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고인과 둘도 없는 친구다. 유재하의 유작 앨범에 실린 초상화도 서도호가 그렸다.

이 뿐 아니다.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 동문은 유재하를 떠올리며 만든 창작곡을 실은 앨범을 역시 이달 낸다. 작사ㆍ작곡ㆍ연주까지 아우른 유재하 같은 싱어송라이터 배출을 위해 1987년부터 시작된 대회의 의미를 살려 고인의 30주년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젝트다. 이 작업은 “‘유재하 선배가 살아있다면 어떤 2집을 냈을까’란 상상에서 출발”(스윗소로우 김영우ㆍ17회 대상)했다. “유재하의 20주년엔 따로 추모 앨범을 내지 못해 이번 작업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정지찬ㆍ8회 대상)

지난 1월 박혜리를 시작으로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경기 성남시 공연장 커먼키친에서 열리고 있는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 동문 릴레이 공연도 12월까지 이어진다. 요절한 천재 가수의 음악에 대한 그리움의 물결은 여전히 마르지 않았다. 지난 29일 서울 신정동 CJ아지트에서 열린 제28회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 2차 연주 심사 직후 만난 강모(24)씨는 “태어나기 전 나온 오래된 노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도입부의 플루트 연주부터 듣자 마자 빠져 유재하의 음악을 좋아하게 돼 대회까지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수 유재하의 청년 시절 모습. 씨앤엘뮤직 제공
가수 유재하의 청년 시절 모습. 씨앤엘뮤직 제공

우울한 음악과 달리 호탕했던 청년

“누나, 누나를 위해 만든 곡이야.” ‘소리의 마녀’ 한영애는 유재하의 기일이 되면 그가 ‘비애’의 악보와 가이드 음원이 담긴 테이프를 건네며 “히트 안 시키면 내가 부를 거야, 알았지?”라고 했던 농담이 떠오른다.

우울한 음악과 달리 유재하는 따뜻하고 정 많은 후배이자 선배였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을 거쳐 ‘김현식의 봄여름가을겨울’ 등의 밴드에서 건반 주자로 활약해 음악인들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했다. 유재하는 술을 좋아했고, 호탕했다. 유재하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1집을 만든 뒤 차에 앨범을 싣고 다니며 카페를 찾아가 자신의 앨범을 틀어달라는 홍보도 스스럼 없이 했다. 유재하는 대학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다. 대중 음악으로의 전향을 탐탁지 않아 하는 주변사람이 많았지만, 유재하는 대중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걸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했다. 유재하는 노래 ‘웬 옥터버 고우즈’ 등으로 유명한 미국 가수 베리 메닐로우의 음악을 좋아했다고 한다. 유재하의 여자 친구를 알고 지낼 정도로 그와 친분이 두터웠던 피아니스트 김광민은 아직도 그와 마지막으로 나눈 말이 생생하다.

“(유)재하와 미국에서 같이 음악 공부하기로 했거든요. 1987년 여름에 한 약속인데, 그 친구가 결국 먼저 떠났네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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