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는 민원 11건에도 계도에 그쳐…“시행사 장학금 약속 영향인가”
대구지역 일부 아파트 공사 현장에 비산먼지와 소음 공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공사장 측은 배짱으로 공사를 강행하고, 행정당국은 일손 부족 등을 핑계로 민원 해결에 등을 돌리고 있어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대구 남구 봉덕동 H아파트 주민 등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인근 A아파트 공사 현장 인근의 비산먼지와 소음이 심하다는 민원을 관할 남구청에 88건이나 제기했다. 지난해 50건, 올해만 38건이다. 이 민원으로 공사현장은 200만원 4회, 120만원 1회, 60만원 1회 등 모두 6회에 걸쳐 980만원의 과태료를 냈지만 그때뿐이었다. H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면담했던 담당 공무원은 ‘인력과 예산을 확충해 단속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과태료 몇 푼만 냈을뿐 지금껏 바뀐 것 하나도 없이 배짱으로 공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남구청 관계자는 “시공사 측에 비산먼지와 소음대책을 기준에 맞게 준수하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인력이 부족해 신고가 들어와도 현장확인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변명에만 급급하다.
시공사 측은 주민 민원이 발생해도 공기단축과 공사편의 등을 이유로 얼마 되지 않는 과태료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고, 행정당국도 인력부족을 핑계로 눈을 감으면서 주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H아파트 비대위 관계자는 “비산먼지와 소음에 대한 대책마련이 되지 않는다면 같은 처지의 아파트와 아파트피해연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중구 B오피스텔 공사 현장에도 20여 건의 민원이 접수돼 5회에 걸쳐 400만원의 과태료가 집행됐다. 관할 중구청 측은 “현장방문을 통해 지도 점검하고, 민원인이 원할 경우 소음과 비산먼지 측정도 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주민들의 원성은 그치지 않고 있다.
달서구 죽전네거리 인근 C주상복합건물 현장 인근주민들은 올초부터 비산먼지와 소음 민원이 11건을 달서구청에 제기했으나 모두 현장지도와 계도에 그쳤다. 특히 민원은 D업체가 철거공사를 하던 올 1, 2월에 집중됐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2인1조로 상시 비산먼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인근 감삼동 주민(54)은 “피해자는 많은데 공사현장에는 과태료 처분 하나 하지 않고 있으니 행정기관의 공정성이 의심된다”고 하소연했다.
이 공사현장의 시행사 회장은 철거공사 중인 지난 1월 중순 이태훈 달서인재육성장학재단 이사장에게 장학금 3,000만원을 기탁하는 등 3년간 총 9,000만원의 후원을 약속했다.
한편 ‘대구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 조례안’은 19일 대구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를 통과해 26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대구지역 한 건설 관계자는 “행정기관이 솜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한 공사 현장의 비산먼지와 소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가뜩이나 미세먼지도 심한데 공사장 먼지까지 방치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