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찰 추정… 유통경로 수사
압수한 휴대전화 분석 배후 분석
한국에 수사관 파견도 검토
日언론 "전씨 한때 혐의 인정" 보도
일본 경찰이 야스쿠니(靖國)신사 폭발음사건의 용의자 한국인 전모(27)씨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물품을 한국에서 가져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씨는 자신이 문제의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인정했으나, 나중에 이를 번복한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전날 “잘 모르겠다”며 혐의를 부인했던 그가 심리적 동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찰은 전씨의 휴대전화도 압수해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져 범행 배후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이 일본 언론에 전씨의 얼굴이나 신상이 자세히 공개되는데 대해 외교채널을 통해 항의했다고 밝히는 등 우리 당국도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씨는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고지마치(麴町) 경찰서에서 1차 조사를 받은 뒤 경시청 공안부로 이송돼 조사를 받고 있다. 교도(共同)통신은 수사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일본에 입국해 건조물 침입혐의로 체포된 전씨가 조사과정에서 야스쿠니신사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인정했다가 이후 침입사실을 포함해 다시 혐의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씨가 지난달 21~23일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용잡화나 주택 관련 용품 등을 파는 상점을 방문한 흔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경시청은 야스쿠니신사 화장실에서 발견된 건전지, 전지 케이스 등의 수상한 물체를 전씨가 한국에서 마련해 일본으로 갖고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입수 유통경로를 조사 중이다. 다만 위험물로 분류될 화약추정 물질도 한국에서 반입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23일 오전 10시께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야스쿠니신사에서 한 차례 폭발음이 들렸고, 출동한 경찰은 남문(南門) 인근 남성화장실에서 건전지, 화약 추정 물질이 채워진 파이프 묶음 등을 발견했다.
일본 경찰은 사건 배경조사를 위해 한국에 수사관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씨를 건조물 침입 혐의로 체포했지만, 파이프 묶음이 폭발물로 확인되고 연관성이 드러나면 폭발물단속벌칙 위반을 적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NHK 등은 전씨가 지난달 21∼23일 도쿄에 온 게 일본 초행길이었음에도 야스쿠니신사 주변 외에는 특별히 방문한 장소가 없는 사실에 주목하고 다만, 그가 반일(反日) 단체에 소속된 경력이나 전과는 없다고 보도했다. 또 전씨의 상태가 불안정해 정신감정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을 전하면서, 그의 일본 재입국이 재범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분석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외무성 출신 인사를 인용해 ‘계획적 입국’이란 시각을 소개했다. ‘의분에 따른 행동’임을 재판과정에서 드러내고 ‘동기가 올바르니 무죄’라고 주장할 의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야스쿠니신사에 쉽게 접근하기 힘든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테러로 규정하기도 했다.
한편 전씨가 9일 하네다공항을 통해 재입국했을 때 일본경찰이 그를 체포한 것은 테러대비책 차원에서 도입한 ‘사전여객정보시스템(APIS)’ 덕분이었다. APIS는 해외에서 입국하는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의 이름, 국적, 생년월일 등이 적힌 명단을 항공사로부터 제공받는 시스템으로, 일본에선 2005년 운용을 시작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야스쿠니신사 폭발음 사건 일지>
▦11월 21일 전모씨 단기체재 자격으로 일본 입국
▦22일 오전11시~23일 오전10시 전씨 수 차례 야스쿠니신사 방문
▦23일 오전10시 야스쿠니신사 남자화장실서 폭발음, 같은 시간 신사축제 시작
▦23일 오후 전씨 한국으로 출국
▦12월 9일 전씨 일본에 재입국, 하네다공항서 임의동행 뒤 체포
▦12월 10일 경시청 공안부, 이틀째 조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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