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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자들은 쏙 빼고… 국정교과서 수사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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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자들은 쏙 빼고… 국정교과서 수사의뢰

입력
2018.06.08 19:0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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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靑 관계자 등 연루자 17명

교육부, 검찰에 수사 의뢰

산하기관 관계자 6명은 징계요구

박근혜ㆍ김기춘ㆍ황우여는 빠져

“지시 따른 공무원만 수사 대상”

논란 매듭에도 반쪽 청산 지적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에 연루된 청와대와 교육부 관계자 등 17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가 2015년 국정교과서를 공식 추진한 후 3년 가까이 이어져온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국정화 추진을 주도했던 인사들은 수사 의뢰 대상에서 빠지고 이들의 지시를 따른 공무원들만 수사를 받게 되는 ‘반쪽 청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8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 직권남용 등 범죄 혐의 정황이 포착된 전직 청와대 관계자 5명과 교육부 관계자 8명, 민간인 4명 등 17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수사 의뢰 대상에는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교육부 공무원 출신인 김관복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비서관, 국정교과서 홍보업체 관계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이들이 국정화 찬성 학자에 학술연구를 지원하는 대신 반대 학자들에 대해선 지원을 배제하는 ‘화이트ㆍ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한국연구재단에 전달(직권남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는 국정교과서 홍보동영상을 제작할 당시, 이미 제작된 영상에 자막을 추가하는 데 3,000만원을 지급해 국고 손실(배임)을 입힌 혐의도 받는다. 또 이 전 실장 등은 전국역사학대회의 국정화 반대 성명을 사전에 대응(저지)할 것을 지시하고 고엽제 전우회에 신문광고를 싣도록 지시하는 등 관변단체를 동원하고 압력을 행사(직권남용, 강요)한 정황이 포착돼 이 역시 수사 의뢰 내용에 포함됐다. 국정화 단계에서 청와대와 국정원이 여론을 조작했다는 일명 ‘차떼기 의혹’은 지난해 10월 이미 검찰에 수사 의뢰된 바 있다.

반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사실상 지시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국정화 논리를 적극 홍보했던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이 수사 의뢰 대상서 빠진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교육부는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 관계자 등 교육부 외부 인사의 위법행위를 조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 교육부 직원의 진술 등으로 직접적 정황ㆍ증거가 포착된 이들만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상권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는 “국정교과서는 누가 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작품이고 학계 반대에도 국정화를 선포한 것은 황우여 전 장관”이라며 “수사권이 없어 밝혀내지 못했으면 밝혀달라고 요청하는 게 맞지 수사의뢰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면죄부를 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3월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지난 3월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정부의 정치적 결정에 따른 공무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리거나 징계 조치 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교육부는 수사 의뢰와 함께 인사혁신처에 역사교과서 정상화 추진단 부단장을 맡았던 박성민 국장과 21명 규모의 국정화 비밀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았던 오석환 국장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과장ㆍ팀장급 이하와 산하기관 직원 4명에 대해서는 경징계를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청와대에서 지속적으로 내린 지시에 자리를 걸고 반발할 수 있는 공직자들은 거의 없는데, 이 때문에 징계를 받게 되는 것은 억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의 재발 방지 권고안 등이 담긴 242쪽 분량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백서’를 발간해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등 유관기관에 제공하기로 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정화 문제가 교육부를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올바른 역사인식으로 교육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중심에 교육부가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교과서 편찬 업무를 총괄한 국사편찬위원회의 조광 위원장도 “역사 전문기관으로 사명과 정체성을 망각하고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조 위원장은 김정배 전 위원장이 사의를 표한 이후 지난해 6월 위원장에 올랐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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