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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계’에 빠져드는 10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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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계’에 빠져드는 10대들

입력
2018.03.08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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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 일상 탈출구로

미성년 여성, 트위터ㆍ페이스북에

음담패설ㆍ자신의 신체 노출 사진

현재 유저 1만~2만명 추정

온갖 성범죄에 무방비 노출돼

'SNS 아동∙청소년 성매수 근절' 활동가 조모(22)씨. 강진구 기자
'SNS 아동∙청소년 성매수 근절' 활동가 조모(22)씨. 강진구 기자

“여왕이 된 것 같았어요.”

대학생 조모(22)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의 반라 사진을 처음 올린 건 고등학교 1학년 때다. 집과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폭력에 시달리면서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찾은 왜곡된 ‘탈출구’였다. 수많은 남성이 사진을 보러 몰려와 이런저런 좋은 말로 치켜세워주고 칭찬해주는 것에 만족감을 얻었다.

이후 잠시 활동을 멈췄던 조씨는 몇 달 전 다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음란한 사진을 올렸다. 교수로부터 수업 도중에 “너는 표정이 왜 그러냐” 등 외모 지적을 반복해 듣게 되면서다. 조씨는 “공황장애가 올 정도로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며 “음란 SNS를 운영하는 대부분이 남성들이 보내는 환호에 중독돼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온갖 성희롱과 욕설, 조건만남 유혹 등을 견뎌야 했던 조씨는 현재는 SNS에서 아동∙청소년 성매수 근절 활동을 하고 있다.

10대 여성들의 음란한 SNS 활동이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미성년 여성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서 속칭 ‘섹계’(섹스계정)라 불리는 계정을 운영하면서 음담패설 글이나 자신의 신체 노출 사진을 올리는 식이다. 남성들은 미성년자인 줄 알면서도 더욱 자극적인 사진과 영상, 심지어 입던 속옷까지 팔라고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조건만남 성범죄나 온갖 성희롱과 협박 등 2차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저작권 한국일보]1년간 연령대별 아동ㆍ청소년 음란물 접촉 경험-박구원기자
[저작권 한국일보]1년간 연령대별 아동ㆍ청소년 음란물 접촉 경험-박구원기자

SNS에서는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미성년 여성의 음란물을 접할 수 있다. 트위터에서 숫자 0을 검색하면 ‘0X년생 XXX’라는 이름의 수많은 미성년자 운영 섹계가 줄을 지어 등장한다. 조씨는 “현재 미성년자 섹계 유저가 1만~2만명 정도는 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6년 15~64세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26.8%(1,340명)가 지난 1년간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1회 이상 접한 바 있다고 했다. 언제든 어디서든 인터넷이 되는 곳에서라면, 미성년 여성들의 음란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고 한다. 일부 섹계는 1만명 넘는 남성이 구독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이런 남성들의 열광적 반응에 조금씩 중독돼 간다고 했다. 지난해 2월부터 반년간 섹계를 운영했다는 A(14)양은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갈수록 음란물을 올리는 것에 익숙해지더라”며 “남성들이 하는 성희롱도 외모에 대한 칭찬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20대가 된 이후에도 음란 SNS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은 신상정보 유출부터 사진 유포 협박에 이르는 2차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너도 공범자”라는 낙인에 끙끙 속앓이를 할 뿐이다. SNS를 통해 대학생과 만나 조건만남을 했다는 김모(13)양은 실제 며칠 뒤 다른 남성으로부터 신상정보 유포 협박을 받았다. 김양은 “중요 부위를 찍은 사진을 보내지 않으면 이름과 연락처를 뿌리겠다는 협박을 당했다”며 “너무 무서웠지만 주변 사람에게는 털어놓지 못하고 결국 사진을 몇 장 보냈다”고 밝혔다. SNS가 대부분 해외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신고해도 잡지 못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박수연 디지털성범죄아웃(DSO) 대표는 “성인 남성들이 초등학생에게 음란 SNS를 하면 인기를 끌 것이라고 유혹하는 게 현실”이라며 “아이들이 쉽게 음란 SNS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부모 등 보호자가 인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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