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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쥐 퇴치에 안간힘 쏟는 워싱턴

입력
2017.09.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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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오르고 음식 쓰레기 증가로

쥐 출몰 급증…도시 곳곳서 비명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 쥐가 창궐하는 모습을 담은 14일자 일간 워싱턴포스트 만평. 백악관(왼쪽)과 국회의사당에서 나온 쥐들이 “신혼여행 가도록 정부 전용기 빌려줘”라고 말하는 장면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최근 공군기 사용요청 논란을 논란을 비꼰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캡처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 쥐가 창궐하는 모습을 담은 14일자 일간 워싱턴포스트 만평. 백악관(왼쪽)과 국회의사당에서 나온 쥐들이 “신혼여행 가도록 정부 전용기 빌려줘”라고 말하는 장면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최근 공군기 사용요청 논란을 논란을 비꼰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캡처

워싱턴DC가 주택가까지 침범하는 ‘쥐들과의 전쟁’으로 고역을 겪고 있다. 미국의 주요 도시들 중에서 유난히 쥐 문제로 고질병을 앓아오긴 했으나, 올 들어서는 주택가나 상가 뒷골목에까지 출몰하는 쥐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도 줄을 이어 시 당국이 첨단 장비를 동원하며 쥐 퇴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시 보건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화로 접수된 쥐 퇴치 민원은 3,200여건으로 전년에 비해 64%나 증가했다. 지난 겨울 날씨가 따뜻했던 탓에 추위로 자연스럽게 퇴치되는 쥐 숫자가 적었던 데다, 지속적인 도시 인구 증가로 식당과 술집 등이 대거 늘어나는 것도 쥐들이 활개치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식당과 술집 등에서 배출되는 쓰레기 양도 그만큼 증가해 쥐들에게 풍부한 먹잇감을 제공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뮤리엘 바우저 시장이 올해 6월 쥐 퇴치 이니셔티브에 착수하면서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이 쓰레기 관리다. 시는 우선 첨단의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 25대를 이스턴 마켓 등 쥐들이 가장 많이 출몰하는 지역에 배치했다. 태양 에너지를 이용한 이 기기는 쓰레기 부피를 8배 가량 자동으로 압축해 음식물 찌꺼기들이 길가로 흘러 나오는 것을 막는다. 시는 또 중소 업체들이 일반 상업용 쓰레기 압축기를 대여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했고, 쓰레기 수거 시기를 알려주는 적재량 감지 센서가 달린 쓰레기통 400개도 배치했다. 워싱턴의 동물 보호단체인 ‘인도적 구조연맹’(Humane Rescue Alliance)은 쥐 퇴치 방안으로 길거리 야생 고양이를 포획해 쥐 사냥 일꾼으로 활용하는 ‘고양이 근로자(Blue Collar Cats) 프로젝트’도 시행하고 있다. 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상점 주인들이 야생 고양이를 일꾼으로 ‘고용’하는 대가로 음식을 제공해주는 방식인데, 현재 40마리가 활동중이다.

워싱턴은 1999년 전국의 전문가들을 모아 쥐 박멸 대책을 논의하는 ‘쥐 회담’을 가질 정도로 쥐 퇴치는 해묵은 난제다. 하수구 등 도시 기반시설이 낡아 틈새가 많은데다 공원과 보도 등도 곳곳에 있어 쥐들이 쉽게 숨고 이동할 수 있는, 안성맞춤의 서식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원 내 쥐 문제도 심각해서 도심 한 가운데 있는 듀퐁 써클의 공원에만 150여개의 쥐구멍이 있었을 정도다. 시 당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가을 검사했을 때 쥐가 거의 1,300여 마리가 있었다”며 “내 인생에서 그렇게 많은 쥐를 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첨단 장치를 아무리 동원한다고 한들, 생존력이 질긴 쥐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비관론에 시 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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