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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자사고 폐지, 교육청에 맡기면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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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자사고 폐지, 교육청에 맡기면 혼란”

입력
2017.06.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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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 재지정 기준 강화 움직임

“정성평가에 교육청 성향 반영돼”

재평가 대상 학교들 반발 커

일반고 비전환 지역으로 몰려

더 심각한 서열화 조장할수도

“결국 공은 교육부가 쥐어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교육시설공제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교육시설공제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경쟁 없는 교육’을 거듭 강조하면서 ‘특권학교’라는 눈총을 받아온 외국어고, 자율형사립고 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총대를 메고 나선 건 중앙정부(교육부)가 아닌 시ㆍ도교육감들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외고, 자사고 폐지는 교육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힘을 실어줬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 교육청 별로 방침을 정하면 혼선이 커지고 공정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15일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로 서열화된 고교 체제 개선과 바람직한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외고ㆍ자사고 폐지 방침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기조를 토대로 논의를 해온 태스크포스(TF)의 고교체제개선 방안을 28일 발표할 예정이다. TF는 특목고 가운데 영재학교ㆍ과학고ㆍ예술계고ㆍ체육고는 존치하되 외고와 국제고는 일반고로 전환하고, 자율형학교 제도를 폐지해 자사고ㆍ자공고 역시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움직임은 다른 시ㆍ도교육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강원과 경남, 제주도교육청은 공식적으로 “외고, 자사고 폐지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울산이나 광주, 충북도교육청 등도 가세할 분위기다.

교육청들은 5년 마다 시행되는 교육청의 ‘외고ㆍ자사고 운영성과평가’를 하지 않거나, 해당 평가의 기준을 강화해 재지정을 취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2019년 평가를 하지 않고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고, 서울시교육청도 28일 5개 외고ㆍ자사고 재평가에서 일부를 걸러낼 것으로 보인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ㆍ외고 폐지를 위해 교육청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안은 재지정 취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학교 현장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서울시교육청의 올해 재평가 대상인 A학교 관계자는 “재평가는 잘못된 부분이 시정됐는지 점검을 하는 차원이지 학교 폐지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고 반발했고, 또 다른 재평가 대상인 B학교 관계자도 “교육 현장의 안정을 위해선 예고된 대로 정책이 시행되는 게 필요한데, 중앙정부가 아닌 각 교육청 별로 재지정 평가를 도구로 폐지 논의가 이뤄진다면 정당성이 확보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평가의 공정성도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C학교 관계자는 “재지정 평가 항목 20여개를 중심으로 가채점을 해 본 결과 정량평가에서는 무난히 통과하는 것으로 계산됐다”며 “문제는 정성평가 항목인데,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 후보자, 교육청의 3박자가 맞다 보니 정책의지 대로 점수를 적게 줄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정성평가에는 교육격차해소, 민주적 학교 운영 등 교육청 성향에 따라 점수가 크게 좌지우지될 항목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고,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교육청들의 불만도 크다. 교육 다양성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교육청이 제각각 기준으로 폐지 수순을 밟으면 외고와 자사고가 남아있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학부모와 학생이 이동, 더 심각한 서열화가 조장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모든 학교 평준화 방향은 심각히 우려된다”며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존중하고 고교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공은 교육부가 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들이 일부 학교를 쥐고 흔들기보다는 교육개혁 체계 아래서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규정된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 등의 법적 지위를 삭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교육부가 방향을 제시하는 게 옳다”며 “학생, 학부모를 중심으로 하는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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