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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세상읽기] 대학과 교육부, 가깝고도 먼 관계

입력
2016.08.0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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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미래를 결정하는 과업이다. 당장은 결실을 얻기 어려워도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국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중 으뜸이기도 하다.

최근 이화여자대학교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둘러싼 논란은 교육 관련 근본적인 고민을 담고 있고, 대학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해 볼 문제들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입시’와 관련해서 직간접적 이해관계자이다. 학생들은 서로 다른 환경과 적성 그리고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입시는 물론이고 교육에서도 그런 다양성을 모두 수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우리 사회에서 교육, 특히 대학 교육은 항상 갈등과 논란의 중심에 놓여있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의 기본가치를 경쟁에 기반한 수월성(秀越性)을 목표로 할 것인지, 아니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협력적 가치를 배우며 공동체적 안온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평등 지향성에 둘 것인지에 따라 교육 과정 및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너무 중요하고 또 모두가 관계되어 있으며, 당장 그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교육개혁 시도는 늘 논란만 일으킬 뿐 성과는 별로 거두지 못한 채 제자리에 정체해 있는 분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25년간의 기사 속에 나타난 대학 관련 키워드를 분석하여, 대학 교육 및 정책을 둘러싼 주요 이슈 및 변화를 살펴본다.

대학 자율성, 이룰 수 없는 꿈인가

1991년 8월부터 2016년 7월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프로’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중앙일간지의 기사 데이터베이스에서 ‘대학’ ‘대학교’ ‘대학 교육’ 등을 키워드로 하여 연관어를 추출, 활용하였다. 효과적 분석을 위해 5년 단위로 연관어들의 집합을 구분하여 주요 이슈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했다.

전 기간에 걸쳐 대학 교육에 가장 빈번하게, 그리고 밀접하게 등장한 대상은 역시 ‘교육부’였다. 교육 주체의 자율성을 요구하는 대학과 거시적인 목표 속에 교육정책을 수립, 시행하는 교육부 사이의 갈등과 협조가 대학 관련 이슈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분석기간인 1991년 8월 ~ 2001년 7월은 대학의 자율성이 가장 적극적으로 보장된 시기였다. 입시 방식을 적성시험과 본고사를 기반으로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각 대학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살리는 것이 가능했던 시기였다.

특히 1996년부터는 비수도권지역을 대상으로 일정 기준만 충족되면 대학 설립을 가능하게 하였고, 대학 정원도 일부분 자율화됐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립대의 경우 선발 방식이 초ㆍ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저해할 경우 정부의 지원을 축소하는 식으로 정부가 다시 개입을 시작한다. 또 유사학과 통폐합을 포함 구조조정을 기피하거나 학사와 재정의 건전한 운영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정부 지원을 줄였고, 부실 대학에 대해서는 퇴출 조치가 시행되는 등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영향력은 여전히 건재했다.

결국 문제는 재정이다

2000년에 들어서서는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 작업과 교육개혁 평가가 본격화되면서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특히 인구감소로 신입생이 줄어들면서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학생 충원이 어려워지고, 전반적으로 대학의 재정 상황도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생존을 위한 대학 간의 인수합병이 시작돼, 국립대의 경우는 지역을 중심으로, 사립대는 양자의 필요에 의해 결합되는 사례가 여럿 나타났다. 아울러 대학 경쟁력 제고란 명분으로 시작된 ‘두뇌한국21(BK21)’ 등 정부의 대학 지원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한 시기였다.

2006년~2011년 사이에는 매우 다양한 변화가 나타났다. 정부의 3불 정책(대학별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 완화를 통해 대학의 자율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성취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장기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청년실업의 문제는 비단 대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과제로 등장했고, 재학생들의 대학 등록금에 대한 부담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이루어져 반값등록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켰다. 이와 함께 대학운영 및 현황의 투명한 공개를 위해 ‘대학알리미’ 제도가 2008년부터 시행되었고, 기존의 사법시험제도를 대체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설립 및 운영도 2009년부터 시작되었다.

마지막 분석 시기인 지난 5년간 대학사회를 아우르는 핵심 키워드는 ‘학령인구 감소’와 ‘취업율’저조로 인한 대학 ‘구조개혁’의 본격화이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2018년부터 30%이상 대학 정원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점과 이과 전공자가 기업의 필요보다 너무 적게 공급된다는 이유를 앞세워 대학을 이공계 위주로 재편하는 프라임(Prime)사업 등 대학구조개혁을 추진하였다. 이를 통해 학과 간 통폐합은 물론 전체 대학 정원감소와 이공계 정원 증가를 도모하였고, 사업 참여대학에는 재정적 지원을 하였지만, 대학 간 그리고 대학 내 전공별 주체들 내부에서의 내홍과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분석 기간 전체로 보면 ‘교육부’ ‘자율성’ ‘구조조정(개혁)’이 대부분의 시기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핵심어이다. 한마디로 대학은 나름의 고유한 특성을 추구하기 위해 자율적 운영을 원하지만 재정적 어려움 등으로 교육부의 지원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과 현실의 어려움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한편 대학교육의 실용성이 강조되면서 대학이 ‘낭만’과 ‘열정’ 속에 희망찬 미래를 발견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현실의 팍팍함이 점점 짙게 밴 공간이 되고 있다는 점도 살펴볼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래도 혹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결국 우리의 미래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배영(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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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아카이브 분석시스템 빅카인즈 서비스(www.kinds.or.kr). 연관어는 빈도를 중심으로 상대적 가중치가 1.5 이상인 단어를 추출함. 그림의 글자크기에 비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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