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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안 통과 안될걸 알면서 민주당 앞세워 표결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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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안 통과 안될걸 알면서 민주당 앞세워 표결 강행

입력
2018.05.24 16:4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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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등 野 의원들 대거 불참

표결하고도 개표결과 확인 못해

野 “대통령 개헌안 표결 처리 쇼”

與 “본회의 의석 텅빈 것은 비극”

24일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을 심의하기 위해 열린 본회의에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의 의석이 비어있는 가운데 여당의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24일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을 심의하기 위해 열린 본회의에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의 의석이 비어있는 가운데 여당의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예고된 촌극이었다. 정부 개헌안 처리를 위한 24일 국회 본회의 투표가 의결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하지만 여야는 표결 전후로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공방을 벌이는 한심한 작태를 이어갔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평소와 달리 다소 무겁고 굳은 표정으로 오전 10시 본회의장 연단에 올랐다.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야당 의원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넓은 본회의장의 절반 이상이 휑하니 비었다. 자유한국당은 출석 자체를 거부했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일부 의원, 정의당 의원 6명 전원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정작 중요한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고 발길을 돌려 본회의장을 떠났다.

표결에 앞선 의사진행 발언은 몇 안 되는 야당 의원들의 독차지였다. 이들은 대통령의 일방적인 개헌안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은 “대통령 개헌안은 지방선거를 위한 면피”라며 비판했고,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오늘 표결이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끄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개헌안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표결을 강행한 정부와 여당은 도덕적 자기만족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 4명이 릴레이로 개헌안 찬성토론에 나서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에 개헌 무산 책임을 물었다. 이인영 의원은 “국회가 자체 개헌안을 내지 못한데다 오늘 본회의장 마저 의석이 텅 빈 것은 비극”이라며 “대 환란의 주범은 느닷없이 국민 합의를 걷어찬 홍준표 한국당 대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인호 의원도 “한국당은 6월 동시 개헌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행태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면서 “국회는 개헌 논의 자격 잃었다고 생각한다”고 가세했다.

반면 찬성토론에 이어 통상 진행되던 반대토론은 열리지 않았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 것에는 반대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개헌 자체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는 상황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큰 탓이다.

대신 야당은 본회의장 밖에서 거친 설전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야4당이 모두 대통령 개헌안의 철회를 요청해 부결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본회의 표결을 강행했다”며 “대통령 개헌안 표결 처리 쇼는 협치를 포기한 선언과 다름없다”고 깎아 내렸다. 바른미래당 권성주 대변인도 “야당은 헌법 가치를 지키는 ‘호헌’ 세력, 여당은 대통령만 지키는 ‘호통’ 세력”이라며 “개헌 쇼 시나리오대로 따라가는 민주당은 청와대 거수기, 청와대 국회출장소”라고 비판했다.

토론에 이어 투표가 진행됐지만 민주당 의원 111명과 정세균 의장, 무소속과 민중당 각 1명씩 총 114명만 투표에 참여했다. 개헌안 통과에 필요한 192명(재적의원 3분의 2이상)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의결 정족수에 미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투표함을 닫고 개표는 아예 진행되지도 않았다.

정 의장은 “투표가 성립되지 않았다”며 산회를 선포했다. 이어 “여전히 국민은 새 헌법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하고 있고 국회발 개헌은 진행중”이라며 “빠른 시일 내 여야가 최대한 지혜를 모아 국회 단일안을 발의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울림은 적었다. 1987년 개헌 이후 31년을 애타게 기다렸지만, 표결을 하고도 개표 결과를 확인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끝나기까지 고작 15분으로 충분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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