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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악용하나… 도 넘은 안산 선거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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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악용하나… 도 넘은 안산 선거판

입력
2018.05.25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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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공원을 ‘납골당’ 표현하고

근거 부족한 자살률 등 내세워

시민 불안ㆍ공포 분위기 조장

이민근 자유한국당 안산시장 후보 누리집 캡처
이민근 자유한국당 안산시장 후보 누리집 캡처

‘세월호 납골당 화랑유원지 결사 반대’

23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한 빌딩 외벽에 한 시의원 후보의 얼굴과 함께 이런 구호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정부가 화랑유원지 내에 추진하기로 한 ‘416생명안전공원’을 두고 반대 여론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야당의 시ㆍ도의원 상당수도 명함에 생명안전공원을 납골당 등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이민근 자유한국당 시장후보는 자살률을 끌어다 불안감을 자극했다. 그는 ‘슬픔에 빠진 안산을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홍보물에 통계청이 밝힌 2016년 안산시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29.2명)을 그래프로 나타낸 뒤 붉은 색으로 ‘화랑유원지 봉안시설 백지화’라는 문구를 적었다. 고양시(20.5명)와 수원시(22.8명), 화성시(23.7명) 등 안산시보다 자살률이 낮은 시ㆍ군의 현황도 대비시켰다. 마치 세월호 참사 때문에 안산시에서 자살이 많이 발생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했다.

하지만 안산시의 자살률은 세월호 참사 전인 2013년 31.4명에 달했다가 사고가 난 2014년 30.5명, 2015년 29.3명 등으로 되레 매년 줄고 있다. 도내 31개 시ㆍ군별로도 2016년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안산시가 아닌 연천군(37.6명)이었다. 포천시(32명)와 양주시(30명), 동두천시(35.4명) 등도 안산시보다 높았다. 세월호 참사가 안산시의 자살률에 영향을 미쳤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안산시 자살률에 대해 “영세 중소기업이 밀집한 반월공단 침체와 실업, 가정폭력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라고 분석한다.

자유한국당 안산시의원 후보가 내건 현수막
자유한국당 안산시의원 후보가 내건 현수막

“표에 눈멀어 유가족 아픔 외면”

지역민 반발 등 논란 확산

세월호 생명공원을 ‘선거 도구’로 사용하는 후보들을 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안산시 고잔동에 사는 주부 유모(39)씨는 “자살률이 높으면 정치인으로서 반성부터 해야지, 어떻게 세월호 참사를 끌어다 붙일 수 있느냐”며 “표에 눈이 멀어 도시 이미지를 망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경기 광주시에서 사업차 안산시를 방문했다는 박모(47)씨도 “시뻘건 현수막에 납골당 등을 운운하니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음침하고 우울한 느낌이 든다”며 “한 동네 이웃이었던 유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우울함 등 슬픈 도시이미지 등이 (자살률에도)영향을 주지 않을까 해서 통계를 쓴 것”이라며 “찬반갈등이 있는 지역에 봉안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면적이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 4주기 합동 영결ㆍ추도식에서 생명안전공원이 기억과 치유와 안전의 상징공간이자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명소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시는 62만㎡ 규모인 화랑공원의 일부 유휴부지 2만3,000㎡에 공원을 만들되, 봉안시설은 지하에 660㎡ 규모로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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