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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자체가 비극이었지만”… 전 재산 기부 후 숨진 이영숙씨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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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자체가 비극이었지만”… 전 재산 기부 후 숨진 이영숙씨 사연

입력
2018.03.1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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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을 충남대에 기부한 이영숙씨. 충남대 제공
전 재산을 충남대에 기부한 이영숙씨. 충남대 제공

충남대에 전 재산을 기부했던 이영숙씨가 14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69세. 이씨는 지난달 27일 충남대를 찾아 “기구하게 살아온 제 인생의 마지막을 충남대에 기록하고 싶었다”며 11억 원 상당의 부동산과 현금을 기부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이씨는 기부금을 낸 뒤 곧바로 충남대병원에 입원했지만 불과 10여일 만에 유명을 달리했다. 충남대는 가족이 없는 고인의 상황을 고려해 모든 장례 절차를 맡아 진행했다. 고인은 16일 오전 충남대병원 장례식장을 떠나 대전추모공원에 안장됐다.

식도암과 폐 관련 질환을 앓고 있던 고인은 연명 치료를 거부하며 인생을 정리해 왔다.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신의 재산을 기부할 곳을 스스로 찾았던 고인은 인터넷 뉴스와 주변 이야기를 듣고 충남대에 전 재산을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기부금을 전달하던 날 고인은 “태어난 것 자체가 비극이라고 생각하면서 평생을 살았고, 배움에 대한 갈망도 많았지만 제대로 배울 수 없었다”며 “평생 모은 재산이 충남대 학생들에게 전해져 제 이름이나마 남겨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어린 나이에 자신을 임신한 어머니가 출산 후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고, 배다른 형제들과 살며 지옥 같은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모진 구박과 폭력에서 벗어나려고 집을 나와 17살 때부터 식모살이를 하며 생계를 이었고, 결혼 후에는 집안 갈등으로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고인은 생계를 위해 손에서 물 마를 날 없을 정도로 일했다고 회고했다.

고인이 기부한 재산은 충남대가 ‘이영숙 장학기금’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지원할 계획이다. 오덕성 충남대 총장은 “이영숙 여사의 뜻 깊은 기부 정신은 충남대 학생들은 물론 청년들에게 전해져 두고두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우리 사회의 인재 양성을 위한 소중한 장학금으로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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