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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분쟁지역] “로힝야 난민촌은 지금 보건 위기 시한폭탄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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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분쟁지역] “로힝야 난민촌은 지금 보건 위기 시한폭탄 상태”

입력
2017.12.01 19: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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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 난민들이 지난 10월 서부 라카인주에서 진행 중인 박해를 피해 옷가지 등을 들쳐메고 국경인 나프강을 건너 방글라데시로 향하고 있다. 매그넘 포토 모아세즈 사만·국경없는의사회 제공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 난민들이 지난 10월 서부 라카인주에서 진행 중인 박해를 피해 옷가지 등을 들쳐메고 국경인 나프강을 건너 방글라데시로 향하고 있다. 매그넘 포토 모아세즈 사만·국경없는의사회 제공

지난 3개월간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 난민 62만명 이상이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이 숫자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10월 초에는 2주 동안에만 4만여명이 미얀마 국경을 넘었다. 로힝야족이 집단 거주했던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폭력사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다.

현재 방글라데시 현장의 위기 규모는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앞서 10월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인근에서 목격한 난민 정착촌 환경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했다. 진흙과 비닐을 대나무로 고정해 만든 임시 거처들은 작은 언덕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최근 대규모 난민 유입 전 이미 로힝야족 수천명이 머물고 있던 콕스 바자르 쿠투팔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쿠투팔롱 정착지 입구에서 보면 얼핏 어느 정도 잘 정돈된 것 같아 보이지만, 정착지 안쪽의 숲 속 또는 길이 끊긴 곳으로 진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홍수에 취약한 진흙 지대에서 모든 난민 가족들은 비닐을 천장 삼아 살고 있다. 깨끗한 물이나 화장실, 식량, 의료 지원 등 생활에 필요한 필수 서비스라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가진 것 없이 이곳으로 피신한 난민들은 야생 코끼리의 공격에도 노출돼 있다.

난민촌에 속속 도착하는 이들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 사람들의 몸짓에서 전해지는 메시지를 보면 이를 분명히 알 수 있다. 난민들은 하루하루를 버텨낼 기본 식량이나 물품을 구하기 위해 애쓰면서 살아간다. 인도적 대응이 매우 산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비닐 시트와 쌀자루, 물 등이 모두 각기 다른 곳으로부터 배급되고 있다.

로힝야족의 피난을 불러온 근본적인 원인, 즉 미얀마에서 계속되고 있는 위기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절대 마땅한 이유 없이 집을 떠나지 않는다. 난민들이 고향을 떠나는 이유는 생명이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며, 떠나는 것 외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수십만명이 미얀마에 갇혀 공포 속에 살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인도적 구호 지원은 전부 차단된 상태다.

지난 10월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발루크할리 난민캠프에서 가족을 잃은 로힝야족 난민들이 시신을 묻기에 앞서 한데 모여 애도하고 있다. 희생된 이는 60세 여성 아미나 카툰이다. 그는 굶주림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매그넘 포토 모아세즈 사만·국경없는의사회 제공
지난 10월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발루크할리 난민캠프에서 가족을 잃은 로힝야족 난민들이 시신을 묻기에 앞서 한데 모여 애도하고 있다. 희생된 이는 60세 여성 아미나 카툰이다. 그는 굶주림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매그넘 포토 모아세즈 사만·국경없는의사회 제공

2009년 이래 쿠투팔롱에서 의료 시설을 운영해 온 국경없는의사회는 입원병동 규모를 병상 50개에서 70개로 늘렸다. 하루 평균 진료하는 환자만 800~1,000명에 이른다. 8월 말 이후 지금까지 환자 6만명 이상을 치료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볼 수 없는 질병들을 치료하고 있다. 단순한 수인성 설사로 인해 탈수현상이 발생해 멀쩡하던 성인들이 쓰러지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정된 지역 내에서 인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콕스 바자르 내에 새로운 의료 및 식수위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의료적 필요 요건에 보다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언제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터질지 알 수 없는 시한폭탄과 같은 이곳에서 더 많은 행동이 절실한 시점이다.

방글라데시는 단 두달 만에 난민 50만여명을 수용하며 놀라운 관용을 보여줬다. 다만 전세계 어느 나라도 자국의 힘만으로 이 같은 막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방글라데시가 국경을 계속 열어두기를 요청하며, 국제사회도 이같은 용기 있는 행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길 바란다.

공중보건 재앙을 예방하는 것은 공여국(기부자)의 명백한 의무다. 우리는 폭력과 성폭행, 고문에 맞닥뜨린 사람들의 생존에 꼭 필요한 것들을 지원함으로써 그 의무를 다할 수 있다. 임시 화장실을 짓고, 수도 펌프를 설치하고, 의료를 지원하고, 식량을 배급하는 등 현장 활동에는 보다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조앤 리우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조앤 리우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배우한 기자
조앤 리우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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