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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일팀, 먼저 선수들에 양해 구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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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일팀, 먼저 선수들에 양해 구했어야

입력
2018.01.18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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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16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16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 아이스하키는 메달권도 아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6일 기자단 신년간담회에서 한 자신의 발언으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평화올림픽을 꽃 피울 남북 단일팀 추진에 힘을 보태려고 던진 말이겠지만 가뜩이나 침체된 분위기의 해당 선수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분노를 끓게 만들었다. 대회가 코 앞인 우리 선수단 전체의 사기를 꺾어버린 실언이다. 메달권이 아니면 아무렇게 취급해도 되는 게 스포츠는 아닐 것이다.

그는 또 “단일팀이 우리 선수들 기회를 박탈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물론 주장인 박종아나 골리인 신소정 등은 북한의 그 누가 온다 해도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이다. 하지만 출전 엔트리(22명)의 경계에 있는 선수들에게 그 말은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을 것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이끄는 새러 머리 감독도 “북한 선수들에게 우리 시스템을 가르치는 데만 한 달이 걸린다. 단일팀이 우리가 부진한 결과를 내는 것에 변명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우려했다.

지난 해 말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부드러우면서도 거침없는 답변으로 촌철살인의 내공을 보여준 이 총리가 왜 여자 아이스하키팀 단일팀 문제에선 잇단 실언의 늪에 빠진 것일까.

정부는 남북 단일팀을 서둘러 추진하며 직접 이해당사자인 선수단과 교감하는 절차를 생략했다. 기사로 관련 소식을 접한 선수들은 두 번 상처를 받았다. 14일 소식을 처음 들었다는 머리 감독이 “올림픽이 임박한 시점이라 충격이다”고 토로하는 걸 보며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실무자들의 일처리는 왜 저런 식인지 화가 치밀었다.

남북 단일팀이 평화올림픽의 상징이 될 수 있겠지만, 그 무리한 추진 과정이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일방통행에 선수단은 물론 젊은 세대들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진천 선수촌을 방문해 아이스하키 선수단을 격려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진천 선수촌을 방문해 아이스하키 선수단을 격려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자칫 젊은 층에게 남북 협력을 위해서라면 우리가 다 참고 손해를 봐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앞으로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해 수 많은 일들을 진행해야 할 텐데, 이번 남북 단일팀이 과연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남북 단일팀을 본격 추진하기 전 먼저 선수들을 찾았어야 했다. 평화올림픽의 장밋빛 전망에 취해, 괜히 “피해는 없을 것이다” “전력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란 허언으로 상처를 주는 대신, 진심으로 선수들을 설득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평화올림픽을 완성하는 방점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에 욕심을 부렸다는 사과와 함께. 지금도 늦지 않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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