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주 기자

등록 : 2018.03.18 17:06
수정 : 2018.03.18 19:00

“아이 급히 맡겨야 할 땐 ‘째깍악어’에 SOS 보내세요 ”

등록 : 2018.03.18 17:06
수정 : 2018.03.18 19:00

시간제 돌봄 사회적 기업 김희정 대표

워킹맘 현실 깨닫고 2년 전 창업

앱 통해 2~3시간 연계 서비스

교사462명ㆍ회원 9106명에 달해

째깍악어는 동화 ‘피터팬’ 속 시계를 삼켜 배에서 ‘째깍째깍’ 소리를 내는 악어를 일컫는다. 김희정 대표는 “후크선장 쫓아내고 아이들을 지켜주는 ‘째깍악어’처럼 아이를 위한 서비스라는 뜻”이라며 “딸 아이가 제안했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매일 기사를 한 면씩 쓰는 것도 모자라 종종 단행본까지 썼던 일 중독자 선배는 몇 해 전 ‘24시간 운영하는 직장 어린이집’을 제안하며 “회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집 걱정하지 않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세상이 올 때 양성평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사회에서 장시간 노동과 (남성이 가사와 육아를 ‘돕는다’는) 성 평등 인식이 나아질 기미는 도통 보이지 않으므로, 우선 여성에게 집중된 육아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야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다는 조언과 함께.

이 같은 사회적 요구 속에 아이 맡길 부모와 유치원ㆍ어린이집 교사, 대학생을 연결해 시간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째깍악어’의 시도가 관심을 끌고 있다. ‘아이가 독감에 걸렸으니 당장 병원에 데려가라’고 어린이집에서 전화를 받으면, ‘째깍악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2~3시간 아이 돌볼 선생님을 구할 수 있다. 신청은 2시간 돌봄부터 가능하고, 이용 요금은 대학생은 시간당 1만4,000원, 보육교사 출신은 1만8,000원이다. 취약계층은 30% 할인이 들어간다.

15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난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는 “제가 쓰고 싶어 만든 서비스”라고 말했다. 11세 딸을 둔 그는 급하게 아이를 맡겨야 할 상황이 생기면 실제로 째깍악어를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중앙대 94학번인 김 대표는 공부보다 아르바이트 같은 일에 관심이 많았고, 한국화장품에서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일을 잘해 4학년 때 상품기획팀 정직원으로 입사했다. 3년 가량 다닌 후 구직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한국 존슨앤존슨으로 이직했고 몇 년 후 다시 리바이스코리아로 자리를 옮겼다. 육아휴직 사용이 쉽지 않았던 시절 “동거는 할지언정 결혼은 포기”라 생각했던 그는 남들처럼 서른하나에 결혼했고, 2008년에 아이를 낳았다.

많은 맞벌이 직장 여성이 그렇듯 김 대표 역시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일상이 180도 달라졌다. 그는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자란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직장 맘은) 멀티테스킹 끝내주게 하잖아요. (아이가 아플 때를 대비해야 하니)모든 업무에 ‘플랜 B’를 세우고, 조직원 역량을 끌어내는 기술도 늘죠. 예전에는 잘하는 직원, 못하는 직원 명확하게 나눠 잘하는 직원만 이끌었죠. 한데 우리 아이가 못할 수도 있거든요. 사람마다 장점이 다르다는 것, 그 장점에 맞는 자리를 주고 활용하면 된다는 생각도 아이 낳고 하게 됐죠. 육아는 관계기술, 운영기술, 관리기술이 엄청나게 늘게 되는 계기가 돼요.”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 신상순 선임기자

그는 “아이가 사는 세상이 더 나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매일유업으로 이직했다.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아기를 위해 특수 분유를 만드는 기업의 모토가 좋아서였다.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여성이 CEO인 기업이었지만 역시 현실의 한계에 부딪쳤다.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아이가 급하게 아플 때는 시댁과 친정에 SOS를 보냈고, 산처럼 쌓인 일거리 때문에 아이를 재우면서 머릿속으로는 다음날 쓸 보고서를 구상했다. 자신처럼 SOS 보낼 시댁과 친정이 없는 워킹맘을 위한 시설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창업한 것이 째깍악어다. 베이비시터 구직ㆍ구인 인터넷 카페와 심부름앱을 결합한 아이 돌봄 서비스 앱을 구상하고 2016년 7월 강남, 서초, 송파구를 대상으로 안드로이드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원래 하던 일이 회사 돈으로 기획서 쓰고 상품 기획해 성과 내는 거라 앱을 출시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신뢰를 주는 게 관건이었죠.”

그래서 돌봄교사 검증 시스템을 까다롭게 만들었다. 아동학대나 성범죄 경력 여부 확인 서류와 신원 서류가 통과된 후, 인ㆍ적성 검사와 대면 면접을 거쳐 지정된 날짜에 교육을 받고 돌봄 경력이 쌓이면 서서히 등급이 올라가며 주급도 오른다. 지원자 2,800여명 중 이 과정을 다 통과해 돌봄교사로 활동하는 비율은 22%에 불과하다. 지난해부터는 대학생 외에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 출신을 돌봄 교사로 뽑기 시작했다. 2016년 시작한 앱에 등록된 선생님은 현재 462명, 부모 회원은 9,106명에 달한다. 김 대표는 “매일 일을 나가야 하는 엄마가 ‘집에 혼자 있는 아이가 악어선생님을 언니처럼 따른다’고 말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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