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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 뽕짝을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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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 뽕짝을 입히다

입력
2017.10.26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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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정 편곡 ‘가거라 38선’을

학구적 피아니스트 최희연이

‘프렌치 스쿨 시리즈’서 초연

“현대음악은 옛 곡의 재구성이죠”

피아니스트 최희연(오른쪽)과 작곡가 최우정이 프랑스 피아니즘 시리즈로 만났다. 낡은 것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려는 이들의 시도가 26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피아니스트 최희연(오른쪽)과 작곡가 최우정이 프랑스 피아니즘 시리즈로 만났다. 낡은 것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려는 이들의 시도가 26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드뷔시는 동화, 옛날 시, 셰익스피어 작품 등에서 영감을 받아서 이미지를 재구성한 곡을 썼어요. 그래서 드뷔시를 현대음악의 아버지라고 하는 게 아닐까요?”(최희연)

“드뷔시도 그 이전의 것들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본 거죠. 클래식에서 현대음악은 다른 게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아는 곡을 요즘의 언어로 다시 풀어낸 거라고 생각해요. 그 결과로 최희연 선생님에게 뽕짝을 치게 하다니(웃음).”(최우정)

학구적이고 지적인 연주를 선보여 왔던 피아니스트 최희연(49)이 이번엔 프랑스 피아니즘 탐구에 나섰다. 바로크, 인상주의, 현대음악을 관통하는 3부작 연주회에 1940년대 한국에서 히트했던 가요 ‘가거라 38선’이 등장한다. 작곡가 최우정(49)이 위촉받아 작곡한 피아노 전주곡 ‘물 속의 거울’에서다. 최희연의 ‘프렌치 스쿨’ 시리즈를 통해 초연되는 이 곡과 프랑스 음악 사이에 무슨 연이 있는 것일까. 23일 서울 서초구 한 호텔에서 두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1999년 서울대 음대 최초 공개오디션을 통해 최연수 교수로 임용됐던 피아니스트 최희연은 2002~2005년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전석(8회 공연) 매진시킨 인기 연주자다. 독일에서 드뷔시 곡을 녹음하던 차에 프랑스 음악 연주회 제안이 오면서 “(프랑스와의 관계가) 운명인가 보다 생각해 덥석 수락했다.” 그가 보는 프랑스 문화의 핵심은 풍자다. “드뷔시 음악은 바로크, 대중음악, 민속음악 등을 차용해 풍자하는 지점이 있어요. 미술과 문학도 그렇죠. 이번 연주회에서도 드뷔시의 정신을 옮겨 놓고 싶었어요.”

서울대 현대음악시리즈 ‘스튜디오2021’에서 활동하며 만나게 된 작곡가 최우정에게 “전에 들어 본 적 없는 새로운 걸 하고 싶다”며 곡을 위촉했다. 최우정은 자신을 “극장 음악가”라고 했다. 그는 이윤택 연출가가 이끄는 연희단거리패에서 극음악을 작곡했고, 가요, 국악 등 다양한 음악을 접해 왔다. 최근엔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음악극 ‘적로’ 음악을 맡았다. 작곡에서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다는 면에서, 그는 프랑스 인상주의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물속의 거울’이 탄생한 배경은 이렇다. “대중목욕탕에서 물결이 흔들리는 걸 보면서 이 곡을 구상하게 됐어요. 할아버지들이 흥얼대는 ‘가거라 38선’을 듣고, 같은 물체라도 물속에서는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새롭게 만들어 보고 싶었죠.” 최희연은 “이번 시리즈 안에는 낡은 것들을 새롭게 하는 것이라는 의도도 들어 있다”고 맞장구쳤다.

서로를 선생님으로 칭하는 이들은 동갑내기다. 최희연이 서울예고 한 학년 선배였고, 현재는 나란히 서울대 음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자신들의 연주, 작곡 활동에 교직까지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비결을 물었다. 최희연은 “배운다는 게 모방에서부터 시작되는데 학생들이 제가 연주를 안 하고 있는 걸 모방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연주를 쉬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최우정은 “학생들에게도 하루에 5마디씩만 쓰라고 한다”며 “‘마구마구’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쓰면 언젠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최희연의 프렌치 스쿨 시리즈는 26일과 11월 30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이어진다. 26일 드뷔시의 피아노 전주곡 12곡과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최우정의 곡을 연주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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