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채지선 기자

등록 : 2017.01.03 20:00
수정 : 2017.01.03 20:00

가장의 무게에 극단 선택… 중년 남성들이 위태롭다

등록 : 2017.01.03 20:00
수정 : 2017.01.03 20:00

실직-퇴직 경제적 스트레스

자살자 비중서 41%나 차지

다른 연령대 비해 훨씬 높아

“경쟁서 낙오 압박 덜어줘야

가정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

40대 후반의 A씨는 최근 자살예방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이대로 가다간 스스로 목숨을 포기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기 때문이다.

사업이 망한 후 가족들을 볼 낯이 없다는 이유로 방 하나를 구해 홀로 지내온 A씨는 매일 술로 하루를 보냈다. A씨는 “다른 문제보다도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필요했다”며 “이런 연결 끈이라도 없으면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호소했다.

우리나라 중년, 특히 남성의 삶이 위태롭다. 2010년 이후 자살 비중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이다. 좀체 헤어나지 못하는 경제위기 속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경제적인 스트레스는 중년을 넘어서면서 지속돼 황혼 자살 비중도 증가하는 추세다. 돈이 사람을 죽이고 있는 셈이다.

3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박상화 서울대 의학연구원 인구의학연구소 박사 팀이 통계청 자료를 활용해 25년의 시차를 두고 자살 양상을 분석한 결과, 과거에 비해 중년 자살자의 비중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1985~89년 남성 자살자 분포를 보면, 20, 30대의 비중이 50.1%(6,159명)로 가장 높고 40, 50대는 29.1%였다. 하지만 2010~14년에는 2030 비중이 줄고 중년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해당 기간 40, 50대 남성 자살자 비중은 41.6%(2만1,050명)로 다른 연령대(2030 23.2%, 60세 이상 33.3%)를 압도했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25년 전 22.3%(1,043명)였던 40, 50대 자살자 비중은 2010년부터 5년간 32.1%(7,475명)로 높아졌다. 60세 이상 황혼 자살은 15.5%(724명)에서 35.3%(8,208명)로 늘었다. 황혼 자살 비율은 여성(35.3%)이 남성보다 높았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돈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더 확산된 탓”이라며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위치인 40, 50대 남성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종우 경희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는 “조기 퇴직, 실직 등으로 인한 경제적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특히 ‘베이비붐세대는 울고 싶어도 소리 내 울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어려움이 있어도 참는 경향이 있어 우울증이 악화해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 교수는 “중년 남성에겐 가정의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가정이 경쟁에서 낙오된 이를 품어줄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했고, 백 교수는 “직장 내 정신건강서비스 제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또 “경제적 위기에 몰린 가장들을 위한 생활비 지원, 취업교육 지원 등도 보다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 역시 “두 기간의 자살률 증가 폭에 가장 많이 기여한 연령 군은 40, 50대 남성과 60세 이상 남녀”라며 “성별, 연령별로 적절한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정반석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고용노동부와 6개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의 공동주최로 2014년 9월 22일 열린 2014 중장년 채용한마당을 찾은 한 구직자가 채용 게시판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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