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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안스트롱’ ‘문재수’… 별명 대잔치 된 2017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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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안스트롱’ ‘문재수’… 별명 대잔치 된 2017대선

입력
2017.04.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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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의혹과 네거티브 공방이 난무하는 2017 선거전. 사라진 ‘정책대결’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 있다. ‘별명’과 ‘패러디’다. 매 선거 때마다 후보자에 대한 별명이 쏟아졌지만, 이번 대선은 다른 때보다 준비ㆍ유세기간이 짧은 만큼 후보자들 간 별명 경쟁이 특히 치열하다. 자신에게 부여된 혹은 직접 만든 좋은 별명, 패러디 등을 살려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주요 5개 당 후보들은 각각 어떤 별명과 패러디로 승부하고 있을까.

루이 ‘안’스트롱의 “누굽니꽈!!!!!”

이번 대선에서 가장 ‘핫’한 별명을 얻은 사람은 누가 뭐래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아닐까 싶다. 안 후보는 조용하고 차분했던 본래의 발성이 ‘소심해 보인다’ 등의 평가를 받자 성대를 긁어 내는 쩌렁쩌렁한 저음의 쇳소리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유권자들은 안 후보의 목소리가 특유의 쇳소리와 저음으로 대중을 사로 잡았던 미국 가수 루이 암스트롱의 목소리와 비슷하다며 안 후보를 루이 ‘안’스트롱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루이 암스트롱은 ‘What a wonderful world’라는 노래로 우리에게 친숙한 가수다.

JTBC '썰전'에서 안철수(위) 국민의당 후보의 '누굽니꽈'를 성대모사 하는 유시민 작가. JTBC 캡쳐화면
JTBC '썰전'에서 안철수(위) 국민의당 후보의 '누굽니꽈'를 성대모사 하는 유시민 작가. JTBC 캡쳐화면

선거 유세가 본격화하면서 안 후보 성대모사도 화제가 됐다. 종편방송 JTBC의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가 그를 따라 한 게 시발점이 됐다. 유 작가는 안 후보가 유세 때마다 외쳤던 ‘00한 후보, 누굽니꽈!!!!!’를 똑같이 따라 했는데, 이 장면이 큰 인기를 끌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대선 재수생 ‘문재수’와 ‘고구마’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여느 후보들보다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별명도 가장 많다. ‘어대문’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는 재작년 방송된 tvN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시작된 줄임말을 응용한 것이다. 드라마 방영 중에는 남녀 주인공의 애정전선을 추측하며 어남선(어차피 남편은 선우),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이) 등으로 등장했었다.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또한 문재인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를 확신하며 붙인 별명이다.

tvN 코미디프로그램 'SNL'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패러디해 만든 '문재수'. 'SNL' 캡쳐화면
tvN 코미디프로그램 'SNL'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패러디해 만든 '문재수'. 'SNL' 캡쳐화면

최근 tvN 'SNL코리아9'의 인기 코너 '미운우리 프로듀스101’에서 문 후보를 패러디한 캐릭터 ‘문재수’도 인기를 얻고 있다. 문재수는 2012년 대권에 도전했던 문 후보가 이번 대선에 또 다시 도전해 ‘재수생’이란 뜻에서 만들어진 별명이다. 가상 아이돌 그룹의 ‘든든한 센터’라는 포지션이 문 후보의 대세론과도 잘 어울린다는 해석이다.

‘문빠’라 불리는 문 후보의 열혈 지지자들 덕분에 좋은 의미의 별명도 많지만, 반대로 그에게 반감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보니 부정적인 별명도 많다. 속 시원한 ‘사이다’ 같은 발언으로 화재를 모았던 이재명 성남시장과 달리, 문 후보의 화법이 듣기만 해도 ‘목이 메인다’고 해 붙은 ‘고구마’가 대표적이다. 아들의 취업특혜 논란이 한창 일었을 때는 입시 특혜를 받았던 정유라에 빗대 ‘문유라’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홍그리버드’ 홍준표

강하고 직설적인 발언으로 스스로를 ‘스트롱맨’이라 자처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대표적인 별명은 ‘홍그리버드’다. 홍그리버드는 까맣고 짙은 눈썹이 특징인 만화 캐릭터 ‘앵그리버드’와 홍준표를 합친 단어다. 원래 눈썹이 연했던 홍 후보가 어느 날 눈썹 반영구 문신 시술을 받고 나타나자 그 모습이 앵그리버드를 닮았다고 해 붙은 별명이다. 화가 나면 참지 못하는 분노새 앵그리버드의 성격도 홍 후보와 닮았다는 의견이 많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눈썹 문신 전후 비교 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눈썹 문신 전후 비교 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필리핀 로드리고 투테르테 대통령 이름을 딴 ‘홍트럼프’ ‘홍테르테’라는 별명도 있다. 홍 후보가 자신이 ‘스트롱맨’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처럼 수위 높은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결과다. 홍테르테 또한 흉악범에 대한 사형을 집행하겠다고 밝힌 점이 마약 용의자들을 처형한 두테르테를 떠올리게 해 붙은 별명이다.

국민장인 ‘유바마’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지난 총선 때부터 미모의 딸 유담씨 덕분에 ‘국민장인’이란 별명이 붙었다.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 후보를 패러디해 ‘무소속 그러나 따님은 내 소속’ 이라 하거나 ‘다른 건 몰라도 사위 공천권은 나에게 있다’ 등의 문구를 넣은 포스터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딸 유담. 유튜브 캡쳐화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딸 유담. 유튜브 캡쳐화면

이번 대선에선 한 발 더 나아가 유 후보가 미국의 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같은 대통령이 되어주길 바라는 지지자들의 염원으로 ‘오바마’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드라마 제목을 패러디 해 만든 ‘국민닥터 유사부’(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패러디)란 별명도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김사부는 실력있는 의사이면서 동시에 따뜻한 마음을 지닌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 밖에도 최근 TV토론 등에서 구체적인 팩트로 상태후보를 날카롭게 공격하고 위 아래를 가리지 않고 쓴소리를 한다는 뜻에서 ‘팩트폭격기’ ‘전천후폭격기’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걸크러쉬의 대명사 ‘심깨비’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TV토론에서 상대 당 후보자들이 토론 주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변죽을 울릴 때마다 나서서 일갈 정리하며 ‘심크러시’ 라는 별명을 얻었다. 심크러시는 여자가 봐도 반할 정도 멋진 여성을 뜻하는 ‘걸크러시’와 심 후보의 이름을 합쳐 만들어진 단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드라마 '도깨비'를 패러디해 만든 대선 공식 출마영상 '심깨비' 캡쳐화면. 심상정 공식 유튜브 캡쳐화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드라마 '도깨비'를 패러디해 만든 대선 공식 출마영상 '심깨비' 캡쳐화면. 심상정 공식 유튜브 캡쳐화면

쌍커풀이 없는 눈이 배우 수애, 김고은을 닮아 ‘2초 수애’ ‘2초 김고은’이란 별명도 붙었다. ‘2초 김고은’이 인기를 끌자 심 후보 측은 김고은이 출연했던 드라마 ‘도깨비’를 패러디해 대선 공식 출마선언 영상 ‘심깨비’를 제작하기도 했다. 영상 속 심 후보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소원을 들어줄 ‘심깨비’로 변신해 “그들의 삶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재미있는 별명과 패러디는 선거에 무관심한 유권자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후보자와 유권자 간의 거리를 좁혀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별명과 패러디에 드러난 것은 후보자가 지닌 다양한 면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때문에 선거가 며칠 안 남은 지금의 상황에선 아쉬움이 더 크다. 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이미지 대결로만 승부했다간, 5년 후 우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잘 만들어진 별명, 패러디만 즐기지 말고,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정책과 그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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