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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리한 국정화가 초래한 최몽룡 성희롱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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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리한 국정화가 초래한 최몽룡 성희롱 파문

입력
2015.11.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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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의 대표집필진으로 선정된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자진 사퇴했다. 임명된 지 불과 이틀 만에 하차한 사유가 여기자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 때문이라니 황당하다. 앞으로 교과서 집필진 모집이 더 어렵게 되고 국정화에 대한 여론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성희롱 파문의 전말을 보면 최 교수의 기본적인 자질과 소양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지난 4일 자택을 찾아간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줄곧 보드카와 포도주를 마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여기자에게 입에 담기 어려운 성적 농담과 함께 부적절한 신체 접촉까지 했다는 것이다. 언론과 공적인 인터뷰를 하면서 음주를 한 사실도 이해할 수 없거니와 여기자를 상대로 성희롱을 했다는 것은 자질 논란 이전에 범죄 행위다. 그런데도 최 교수는 “평소 때도 그런다”느니 “술자리에서 별 뜻 없이 한 농담”이라느니 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수십 년 강단에 서 온 학자의 언행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울 만큼 개탄스런 일이다.

최 교수의 지탄받을 행태는 비단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수준 이하의 학자를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국정교과서의 대표집필진으로 초빙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여론을 무시하고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 부친 무모함의 결과다.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당찬 다짐과 포부는 최 교수 사태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제 최 교수가 자리를 내놓으면서 대외적으로 알려진 교과서 집필자는 단 1명에 그치게 됐다. 초라하기 그지 없는 모양새다. 9일까지 진행될 집필진 공모도 난항이 불가피해졌다. 가뜩이나 여론이 안 좋은 마당에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지를 구긴 국정교과서 집필에 선뜻 나설 사람이 얼마나 있을 지 의문이다.

정부와 여당의 처지도 곤혹스럽게 됐다. 여권은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최 교수 등 집필진에 대한 신변보호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최 교수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자 경찰청장은 “즉시 신변보호 조치를 하겠다”고 했고 법무부 차관 역시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가세했다. 하지만 신변보호 대상자로 거론된 최 교수가 하루 밤 사이에 피해자 신분에서 가해자로 돌변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정화 계획 전반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무리하게 추진하다가는 또 어떤 불미스런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지금이라도 이성과 상식을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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