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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TALK] “테니스공 사과, 탁구공 배 아시나요?” 사과ㆍ배, 이젠 작은 게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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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TALK] “테니스공 사과, 탁구공 배 아시나요?” 사과ㆍ배, 이젠 작은 게 경쟁력

입력
2018.06.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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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한 중소형 사과 '피크닉'(위 사진)과 배 '조이스킨'.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제공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한 중소형 사과 '피크닉'(위 사진)과 배 '조이스킨'.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제공

8년 전 경북 예천군으로 귀농한 사과 농부 김동열(62)씨는 요즘 소형 사과 품종인 ‘피크닉’의 첫 출하를 앞두고 열매 솎기에 한창입니다. 경북도와 농촌진흥청이 지난 2015~16년 시범사업으로 사과 주산지로 유명한 예천군 농가들에 국산 소형 사과 품종 ‘피크닉’ 묘목을 보급 한 뒤, 올 가을 첫 결실을 맺게 된 겁니다.

김씨는 원래 예천군에서 흔히 재배하는 ‘후지’(부사) 품종을 길렀는데요. 1인 가구가 늘고 소비자들이 먹기 편한 과일을 찾기 시작하면서 시범사업에 발맞춰 전략적으로 작은 사과를 재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김씨는 2일 “앞으로 살아남을 사과를 기르기 위해 3년 전 과감하게 품종을 바꿨다“며 “피크닉은 테니스공처럼 작고 껍질째 먹기 좋아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 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반쪽만 먹어도 배부른 사과와 테니스공, 탁구공처럼 조그만 사과 중 앞으로 어떤 사과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게 될까요? 정부와 일부 농가들은 후자쪽으로 과일 소비 트렌드가 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사과, 배, 복숭아 등 알이 굵고 실한 대형 국산 과일들이 ‘으뜸’ 대접을 받던 시대가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세 인하에 따른 외국산 과일 수입 확대, 1ㆍ2인 가구 증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선물용 과일 소비 위축 등으로 시장 변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농촌진흥청 소속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사과연구소와 배연구소는 수년 전부터 대형 과일의 크기를 줄이기 위한 품종 연구를 계속해 왔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보급률이 가장 높은 사과 ‘후지’는 무게가 310g에 달합니다. 사과연구소는 ‘피크닉’(223g) ‘썸머드림’(220g) 등 중형 사과뿐만 아니라 ‘루비에스’(90g) ‘데코벨’(10g)처럼 초소형 사과 품종도 개발했습니다.

대부분 제수용이나 선물용으로 소비되는 배도 예외가 아닌데요. 특히 보급률이 80%가 넘는 ‘신고’ 품종은 무게가 750g에 달해 초대형 과일로 분류됩니다. 배연구소는 껍질째 먹을 수 있고, 크기가 작아 단체급식용으로 납품하기 알맞은 ‘조이스킨’(330g)을 대표 신품종으로 키울 계획입니다. 조이스킨을 100g짜리 ‘미니배’로 개량하는데도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대형 과일 외면 현상에도 불구하고, 생산 및 유통 구조를 단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배의 경우 재배 면적이 급감하면서 농가들은 되레 단가가 높은 신고 재배에 집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배 재배 면적은 1만837㏊로, 2007년(2만2,563㏊) 대비 반토막이 났습니다. 재배 농가가 줄면서 신고 품종의 점유율은 2007년 79.9%에서 86.3%로 확대됐습니다.

한번 품종이 개발되면 묘목이 보급되고 과일이 열려 출하되는 데까지 통상 7~8년이 소요돼 시장 트렌드를 좇아가는데도 제약이 따릅니다. 그러나 갈수록 치열해지는 수입산 과일과의 경쟁, 1인 가구 증가에 발맞춰 농가들이 신품종에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입니다. 박교선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장은 “시장에서 중소형 과일 점유율이 늘어야 소비도 따라서 촉진될 수 있다“며 “농가들과 지자체가 신품종을 함께 출하하거나 공동 마케팅을 실시해 중소형 과일 인지도를 높이고 가격 경쟁력도 제고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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