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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장 관용차, 에쿠스에서 SM7으로 바뀐 사연

입력
2014.09.0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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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수 부산광역시장의 관용차가 현대자동차 에쿠스에서 르노삼성 ‘뉴 SM7 노바(NOVA, 새로운 별)’로 바뀌었습니다. 르노삼성은 4일 부산 해운대에서 서병수 시장, 협력업체 대표, 지역 인사 등을 초청해 ‘르노삼성자동차와 부산시민의 밤’ 행사에서 서병수 시장에게 새 SM7의 1호차를 의전차로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는데요. 자동차 회사들에게 신차의 1호차 주인공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누구를 선택하느냐를 통해 새 차에 대한 회사의 철학과 문제의식을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고, 마케팅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중요성 때문에 서병수 시장의 관용차 교체를 위해 르노삼성 측은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르노삼성이 국내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은 부산에만 있습니다. 때문에 르노삼성의 상승과 하락의 역사를 온 몸으로 겪은 것이 부산시민들입니다. 직원들 대부분이 부산시민이기도 하죠. 그 만큼 르노삼성에게 부산은 '안방 같은' 중요한 도시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르노삼성의 상황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회사가 부산이나 부산시민들을 위해 해줄 만한 것도 마땅치 않았고, 부산시민들에게 르노삼성은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이유가 없는’ 존재였습니다. 르노삼성이 부산의 신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대략 10% 중반 대입니다. 비록 전국 평균 4.8%(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승용차 기준)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지만 '안방'이라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수치입니다.

서병수(오른쪽) 부산광역시장이 4일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르노삼성자동차와 부산시민의 밤' 행사에서 르노삼성의 신차 '뉴 SM7 노바'의 '1호차'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아보면서 프랑수아 프로보(왼쪽) 르노삼성 사장으로부터 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그 동안 현대차 에쿠스를 관용차로 타던 서 시장은 앞으로 SM7 노바를 관용차로 타게 된다. 르노삼성 제공
서병수(오른쪽) 부산광역시장이 4일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르노삼성자동차와 부산시민의 밤' 행사에서 르노삼성의 신차 '뉴 SM7 노바'의 '1호차'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아보면서 프랑수아 프로보(왼쪽) 르노삼성 사장으로부터 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그 동안 현대차 에쿠스를 관용차로 타던 서 시장은 앞으로 SM7 노바를 관용차로 타게 된다. 르노삼성 제공

그런 르노삼성이 새 SM7 출시를 계기로 ‘부산 민심 잡기’에 열심인데요. 최근 부진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분위기를 부산 공략을 통해 확실히 굳히겠다는 생각이 깔려있습니다. 2011년 이후 3년 만에 언론을 상대로 한 대규모 신차 출시 행사를 부산에서 열고, 부산시민의 밤 행사를 개최한 것도 그렇습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힘든 시기에 많은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준 부산 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마련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서병수 시장의 관용차를 SM7으로 바꿔보자고 맘 먹고 관련 부서 직원들이 백방으로 뛰며 “르노삼성이 살아야 부산시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부산시 관계자들을 설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 어렵사리 에쿠스를 밀어내고 SM7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이런 르노삼성의 행보에 현대차그룹은 썩 내켜 하지 않습니다. 사실 현대차도 3,4년 전부터 부산 지역에 많은 공을 들여왔습니다. 당시 전체 새 차 판매량 중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을 만큼 수입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부산 수성은 지상 목표나 다름 없었죠. 게다가 부산은 현대차의 안방 울산과 매우 가깝기 때문에 '낙동강 전선'이 무너질 경우 그 여파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봤던 것이죠.

현대차는 2011년 처음 내놓는 ‘i40’ 를 가지고 국내 업계 최초로 해운대의 배 위에서 '선상 발표회'로 열었고, 부산의 각종 행사를 후원해 왔습니다. 현재 부산 기장군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체육문화시설을 짓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야구 열기가 전국에서 가장 높기로 유명한 부산 시민들을 위해 사회인 야구 등 아마 야구 선수들이 운동할 수 있는 야구장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 시설은 현대차그룹이 지어서 부산시에 기부체납 할 예정입니다.

때문에 현대차 그룹의 이런 노력을 알고 있는 부산시이기에 르노삼성의 1호차 주인공 제안을 받고서도 시 관계자들은 상당히 난감해 했다는 후문입니다.

게다가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르노삼성 박동훈 부사장이 “SM7은 진정으로 한국 시장과 소비자들을 위한 차”라고 강조한 반면 현대차가 올 가을 국내 시장 공략용으로 출시할 신차 ‘아슬란’에 대해서는 “어차피 미국에서 팔 차”라며 꼬집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현대차 관계자들은 상당히 불쾌해 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잘 돼야 한다는 절박함은 이해가 가지만 상대 회사의 차에 대해 공개 석상에서 사실과 다르게 함부로 말하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다”고 했습니다.

올 가을 SM7 노바가 르노삼성의 상승세를 이끌지, 아니면 현대차 아슬란(사자를 뜻하는 터키어)이 포효할 지 눈 여겨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에쿠스 대신 SM7을 타고 다닐 서병수 부산시장은 본의 아니게 노바의 성적표에 따라 적지 않게 영향을 받기도 하고 또 주기도 할 것 같습니다. '서병수 효과'는 얼마나 될 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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