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

등록 : 2017.05.17 15:24
수정 : 2017.05.17 15:24

‘탈락’ 팀이 ‘4강’을 꿈꾸다...신태용호, 반년 사이 무슨 일이?

등록 : 2017.05.17 15:24
수정 : 2017.05.17 15:24

U-20 대표팀 선수들이 15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활짝 웃으며 자신감 넘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개막 이틀 앞으로 다가온 U-20 월드컵에서 한국은 기니, 아르헨티나, 잉글랜드와 ‘죽음의 조’에 속했다.

맞붙을 팀의 면면을 보면 조별리그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하지만 선수들은 4강을 넘어 우승까지 꿈꾼다고 말한다. 물론 ‘최대 목표치’이겠지만 확실한 건 선수단의 사기가 최고조에 달해있고, 그만큼 자신감에 차 있다는 사실이다. 불과 6개월 전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을 겸해 치러진 지난해 10월 바레인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에서 조별리그 탈락했다.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이미 자동 진출한 상황이었지만 아시아 예선 토너먼트도 오르지 못한 건 큰 충격이었다. 대회 직후 안익수(52) 전 감독이 물러나고 그 해 12월 신태용(47) 감독이 ‘소방수’로 긴급 투입됐다.

훈련도 놀 때도 화끈하게

U-20 대표팀이 AFC 챔피언십에서 돌아오자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문제점 파악을 위해 선수들에게 ‘소원 수리’를 받았다. 내용을 보니 거창한 건 아니었다. ‘훈련 일정을 미리 알려 달라’ ‘미팅이 너무 많다’ ‘외출 횟수를 늘려 달라’ 등등.

새로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이 작년 12월 제주에서 첫 소집 훈련을 할 때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미 신 감독은 그대로 시행하고 있었다. 소원 수리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게 아니라, 원래 신 감독의 스타일대로 한 거였다. 신 감독은 프로 사령탑일 때부터 1주일 훈련 일정을 공지하고 선수들 각자 준비하도록 했다. 어린 선수들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신 감독은 상견례 때 “감독이 너희들 끌고 다니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그런 거 앞으로 없다”고 선언했다.

신태용 감독이 작년 12월 제주에서 진행된 첫 소집훈련에서 전달사항을 밝히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당연히 선수들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걸 곧 깨달았다. 신 감독은 제주 전훈에 이어 올 1월 포르투갈 해외 전훈 후 기존 멤버의 절반 가까이를 물갈이했다. 확실한 주전멤버로 꼽히던 몇몇도 가차없이 내보냈다. 대표팀 관계자는 “신 감독이 선수들과 장난도 많이 치고 웃고 다니니까 분위기에 취해 있던 선수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더라”고 귀띔했다. 선수들에게 ‘신태용 리더십’을 물으면 하나 같이 “훈련과 사생활을 확실히 구분해 주신다” “훈련은 빡세게, 놀 때도 화끈하게”라고 입을 모은다.

이승우는 이승우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하지만 리오넬 메시(30ㆍ바르셀로나)를 빼놓고 아르헨티나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ㆍ레알 마드리드)를 빼놓고 포르투갈 대표팀을 논할 수 없는 것처럼 절대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스타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신태용호에서는 단연 이승우(19ㆍ바르셀로나 후베닐A)다. 축구를 장기판에 비유하자면 이런 선수는 ‘차’(車)다. 냉정히 말해 전임 대표팀 감독들은 이승우를 100% 활용하지 못했다. 차를 ‘마’(馬)나 ‘상(象)처럼 썼다.

이승우가 지난 11일 청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뒤 신태용 감독에게 안기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사실 신 감독과 이승우도 2년 전 서로 ‘오해 아닌 오해’를 한 적이 있다. 2015년 10월, 이승우는 U-17 월드컵을 위해 칠레에 있었고 신 감독은 리우 올림픽을 준비 중이었다. 신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승우를 올림픽 팀에 뽑을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신 감독 입장에서는 이승우 발탁이 관심사라 확실히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U-17 월드컵에서 맹활약해 올림픽 팀으로 ‘월반’을 꿈꿨던 이승우는 그 인터뷰 기사를 보고 속상해했다.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사기도 꺾였다.

이승우가 16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있었던 훈련에 앞서 밝은 표정으로 몸을 풀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둘은 지난 1월 포르투갈 전훈 때 처음 대면했다. 약간 서먹했다고 한다. 하지만 포르투갈 전훈이 끝날 때쯤 가까워졌다. 지금은 ‘삼촌과 조카’처럼 지낸다는 후문. 비결이라면 신 감독이 이승우를 있는 그대로 존중했다는 거다. 염색을 하든, 승부욕을 드러내든 팀워크에 문제될 게 없다면 노 프라블럼. 무엇보다 이승우의 기량을 확실히 인정했다. “운동장에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특혜가 아니라 그게 바로 이승우 장점을 가장 잘 살리는 길이라 판단해서다.

이승우가 U-20 월드컵에서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펼칠지 장담은 못 한다. 하지만 분명히 기대는 크다. 예전에 비하면 그의 표정에 생기가 넘치기 때문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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