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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두문자에 액션까지... 한채아 "예쁜 모습에 싫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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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두문자에 액션까지... 한채아 "예쁜 모습에 싫증"

입력
2017.03.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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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채아는 “예쁜 역할보다는 강인한 액션을 펼치는 여형사 역할을 꼭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종진 인턴기자
한채아는 “예쁜 역할보다는 강인한 액션을 펼치는 여형사 역할을 꼭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종진 인턴기자

“드라마에서 풀메이크업 한 제 모습이 싫증 나더라고요.”

배우 한채아(35)는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16일 개봉)에서 소원을 풀었다. 화려하게 단장하지도 않았고, 예쁜 척 하느라 내숭을 떨지도 않았다. 한채아는 영화가 상영되는 두 시간 내내 ‘화가 많고’ ‘분노조절장애’를 지닌 형사 나정안으로 변신해 형형색색의 거친 육두문자를 가감 없이 쏟아낸다. 조선의 절세미녀(KBS드라마 ‘장사의 신- 객주’)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고, ‘캔디형’ 방송사 PD(KBS드라마 ‘당신만이 내사랑’)가 돼 어려운 환경을 꿋꿋하게 이겨내던 당찬 그는 온데간데 없다. “씨X” “XXX들” “X지랄” 등 대사마다 갖은 욕설이 붙는 ‘기센’ 형사만이 있을 뿐이다.

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채아는 “정말 (욕하는 설정에 대한)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캐릭터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스크린에 녹아 들도록 하려 했다. 그는 “가장 중점을 두고 싶었던 게 억지스럽지 않은 것”이었다며 “현실감 있게 오버하지 않는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욕설을 퍼붓는 장면을 연기할 때는 직접 감독에게 “시범을 보여달라”고 했다. “진짜 욕 먹지 않기 위해” 허투루 장면을 찍을 수 없었다.

영화는 국가보안국 댓글알바 장영실(강예원)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형사 나정안(한채아)이 수사를 위해 보이스피싱 업체에 잠입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나정안은 보이스피싱 업체의 실체를 알아내기 위해, 장영실은 이 업체에 안보국 예산을 털린 안보국 박차장(조재윤)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각각 임무를 수행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합동수사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강예원은 15년차 비정규직 ‘알바 인생’으로, 한채아는 성질 죽이지 못하는 ‘막무가내식’ 형사의 모습으로 연기 대결을 펼친다.

한채아는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지능범죄수사대의 형사 나정안을 연기하며 화려한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한채아는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지능범죄수사대의 형사 나정안을 연기하며 화려한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한채아(왼쪽)와 강예원(오른쪽)은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각각 형사 나정안과 국가안보국 댓글알바 장영실 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한채아(왼쪽)와 강예원(오른쪽)은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각각 형사 나정안과 국가안보국 댓글알바 장영실 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형사라는 직업 때문에 한채아는 격한 말투와 함께 액션까지 담당한다.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지하철 소매치기를 잡기 위해 몸을 날려 발차기하는 한채아의 액션에 놀랄 수도 있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캐릭터를 만드는데 그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 코미디 장르 영화에서 코믹 연기가 빠질 수 있을까. 한채아는 어색하게 웨이브 댄스까지 춰가며 영화의 홍을 돋우려 애썼다. 보이스피싱 업체의 실세인 양 실장(김민교)에게 ‘미인계’로 접근하며 사무실 벽을 짚고 ‘섹시 댄스’를 추는 대목에서다.

원래는 “시나리오에 없던” 장면으로, 김민교의 아이디어와 한채아의 몸짓으로 만들어졌다. “대사만 하고 넘어가는 데 너무 재미가 없어서 김덕수 감독님, (김)민교 오빠와 함께 고민을 많이 했어요. 민교 오빠가 동작 하나하나 짚어주며 낸 아이디어예요. 현장 스태프들이 제가 춤추는 걸 보고 좋아하더라고요. 하하”

코믹에 액션, 거친 욕설 등 어느 것 하나 쉬워 보이지 않는다. 한채아는 데뷔 10여년 만에 배우로서 가장 큰 도전을 했다.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는 “여자 형사 역을 맡아 액션을 해보고 싶었다”며 “항상 드라마에서 풀메이크업을 한 모습에 대중들이 질릴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화면에 예쁘게만 나오는 자신을 볼 때마다 ‘내가 아닌데’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채아는 자신을 “털털하고 솔직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계산적으로 사람을 대한다거나 가식적이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자신을 잘 아는 사람들은 사극에서 단아하게 나오는 한채아를 보고 “너는 그게 아니잖아”라고 말할 정도란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풀어지는 역할”을 찾았다. 하이힐이 아니라 운동화를 신고 달리는, 그런 형사 역할을 꼭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배우 한채아가 8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종진 인턴기자
배우 한채아가 8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종진 인턴기자

비정규직 특수요원’ 시나리오는 그야말로 반가운 손님이었다. 강예원의 출연 소식은 그를 더욱 끌어 당겼다. “고민도 하지 않고 출연을 결정”한 계기가 됐다. “(강)예원 언니는 관객으로서 또한 여자로서 기대가 되는 배우예요. 크고 작은 영화에서 어떻게 다양한 캐릭터를 과감 없이 해내는지 존경스러울 정도였죠. 옆에서 같은 호흡으로 연기해보고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한채아는 현장에서 강예원을 보고는 단번에 “이 사람과는 오래가겠구나”했단다. 한채아보다 두 살 많은 강예원이 먼저 다가와 “채아씨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고. 한채아는 “언니가 현장에서 저를 찾아와 인사를 해주는 모습에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며 “직선적이고 유쾌한 언니의 에너지가 참 좋았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꽃꽂이도 다니며 취미생활도 함께 하는 절친한 사이가 됐다.

두 사람의 호흡은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합동수사를 벌이다 술잔을 기울이던 나정안과 장영실은 친구 사이로 발전하고, 위기에 몰릴 때마다 의기투합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남자 배우들의 ‘브로맨스’ 영화가 장악하고 있는 한국영화 시장에서 오랜만에 여성들의 우정을 엿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한채아의 각오도 남다를 듯 했다. 그는 “제가 뭐라고 그런 것까지 생각할 수 있었느냐”고 난감해 하면서도, 이내 “촬영을 하면서 점차 (여배우로서 책임감을)느끼게 됐다”고 귀띔했다. 바로 강예원 때문이란다.

“예원 언니가 영화를 촬영하면서 목숨을 걸 정도로 집중하는 걸 보고 많이 배웠어요. 이번 영화가 잘 되면 영화계에 무엇이든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언니는 ‘우리가 잘 되야’ ‘우리 여배우들이 잘 해야’라는 말을 자주 했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워준 계기였어요.”

한채아는 그러면서 자신을 “영화계 입문자”라고 표현했다. ‘아부왕’(2012), ‘메이드 인 차이나’(2014) 등 서너 편의 영화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상업영화로서는 첫 주연이라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이후에야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로 “인지도가 없었다”는 말도 했다.

한채아는 “요새 화도 많이 나도 웃을 수도 없는 데,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을 보시면 편안하게 웃을 수 있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진 인턴기자
한채아는 “요새 화도 많이 나도 웃을 수도 없는 데,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을 보시면 편안하게 웃을 수 있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진 인턴기자

“연예인이라는 걸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다가 ‘나 혼자 산다’ 덕분에 어르신이나 어린 아이들이 많이 알아봐 주세요. 지금도 저는 신기할 따름이에요(웃음). 연예인의 꿈도 못 꾸던 제가 지금 영화의 주인공까지 하는 걸 보면 아직도 믿기질 않아요. 데뷔 전에는 방송에 한 번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죠,”

한채아는 최근 열애 사실을 인정해 또 한 번 주목 받고 있다. 8일 ‘비정규직 특수요원’ 언론시사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도된 그분(차세찌)과 좋은 만남을 가지고 있다”며 1년여 동안의 교제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달 두 사람의 열애설이 보도됐을 때 한채아의 소속사 미스틱엔터테인먼트는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했던 터라, 그의 고백은 대중을 더욱 놀라게 했다. “숨길 일이 아닌데 너무 죄송한 마음에 얘기하게 됐어요. 소속사 분들도 당황하시더라고요. 그래도 불편하고 힘들어하는 제 성격을 이해해주셔서 감사했어요. 그 친구도 열애 사실을 공개하니 좋아하더라고요(웃음).”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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