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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참외는 죄가 없다” 추다르크의 메르켈 도전기

입력
2016.08.3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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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아 배추를 옮기고 있는 한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강윤주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아 배추를 옮기고 있는 한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강윤주기자

“저 일년에 한번 오는 사람 아니에요. 수시로 올게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7시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흰색 운동화 차림의 수수한 모습이었습니다. 당 대표나 대선후보들이 으레 찾는 민생 탐방의 단골메뉴인 시장 방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추 대표는 이날 청과물, 건어물, 육류 등의 도매 상가를 30여분간 쭉 돌며 시장 상인들을 만나 격려하고 애로 사항을 들었습니다. 추 대표는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대박 나세요” “힘내세요” 등등 응원 메시지도 잊지 않았습니다. 굴비 오징어 등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가 하면, 새우젓도 시식하며 추석 명절을 앞둔 재래시장 살리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특히 한 과일 가게에 들러 참외를 집어 든 추 대표는 옆에 있던 누군가가 “성주 참외입니다”라고 하자 이에 호응하듯 “참외는 죄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을 두고 사드 배치 반대 당론화 입장을 밝힌 추 대표가 다시 한번 사드 배치에 관한 부정적 입장을 에둘러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다만 추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민생은 민생이고, 사드는 사드”라며 민생?정치 현안을 나눠서 다루겠다는 ‘투 트랙 전략’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추 대표를 바라보는 상인들의 표정은 엇갈렸습니다. 당장은 유력 정치인이 와서 악수를 건네니 반가워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지만, 심드렁한 반응도 적지 않았습니다. 35년 동안 건어물 상회를 운영했다는 박은순(65)씨는 “지금 봐라. 손님 한 명 찾아볼 수 없는데, 야당 대표고 누구고 하나도 반갑지 않다. 지금 이렇게 오는 것도 다 눈 가리고 아웅 아니냐”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실제 이날 추 대표가 가락시장을 찾은 시간에 일반 손님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추 대표가 떠난 자리에 먹고 살기 힘들다는 상인들의 하소연만 남았을 뿐이었습니다.

곧바로 이어진 7,000원짜리 설렁탕 메뉴의 아침 식사자리에서 상인 대표들은 가락시장 현대화의 차질 없는 추진 등을 주문하며 이번 방문이 보여주기 식 일회성 쇼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석록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 회장은 더민주 지도부에게 “대표님 이하 관계자들이 방문만 하면 안 된다”며 “비서실장께서 시장에서 계속 ‘추 대표가 왔다’고 외치는데 그 일만 하면 안 된다. 그런 말을 안 해도 추 대표는 모두가 알아본다”고 쓴 소리를 했습니다.

민생을 돌본다는 것은 반드시 정치적 이벤트로 시장 등 민생 현장을 찾는 것이 전부는 아니겠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장을 보기 위해 직접 장바구니를 들고 단골 슈퍼마켓을 찾았던 독일 메르켈 총리처럼, 추 대표도 서민들의 눈높이에서 민생을 찾겠다는 마음을 염두에 뒀으면 합니다. 추 대표 역시 정치 입문 이후에도 손수 장을 봐 왔고, 당 대표 취임 이후에도 이 같은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하니 다행입니다.

“일년에 한번씩은 오셔서 민심을 들어달라”는 상인들의 요청에 “수시로 오겠다”고 약속한 추 대표. 꼭 이날 찾은 가락시장이 아니라도 민생 현장 어디든 찾아가 서민의 아픔을 보듬겠다는 추 대표 스스로의 다짐이 지켜졌으면 합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신임대표가 30일 오전 민생탐방을 위해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방문해 시장을 둘러보던 중 성주참외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신임대표가 30일 오전 민생탐방을 위해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방문해 시장을 둘러보던 중 성주참외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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