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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국과의 군비경쟁 딜레마에 빠진 북한

입력
2017.10.1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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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이런 전략적 지위는 김정은 정권에게 조만간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언뜻 보기에 핵보유는 김정은의 정권안보에 도움이 될 듯하지만, 핵무력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치러야 할 대가가 만만찮다.

10월 7일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보듯, 김정은 정권에게 미국과의 군사적 대결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한 대응은 초미의 과제다. 그간 북한은 제재를 오히려 내생적 성장동력을 만드는 계기로 활용하며 체제기반을 다져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장담하기 쉽잖다. 북미 대립 관계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어서, 김정은 정권은 장기전에 대비해야 하고, 전례 없는 혹독한 시련을 감내해야 한다. 북한 당국은 당분간 비축해 둔 외화와 비자금으로 대북제재에 버티며 미국에 맞서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하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 9월 23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핵무장은 미국의 위협에 맞선 정당한 자위적 조치이며, 최종목표는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힘의 균형은 핵균형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단순히 전쟁을 억지하는 수준의 균형에 머물지 않고, 자신들이 공언했듯, 필요하면 미국을 상대로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는 균형을 유지하려면 막대한 예산을 핵무력 증강에 쏟아 부어야 한다.

김정은 정권은 2013년 ‘경제ㆍ핵무력 병진노선’을 채택하면서 핵보유로 무한 군비경쟁에 종지부를 찍고, 그 기술과 재원으로 인민생활 향상에 복무하는 ‘경제건설’에 보다 초점을 두겠다는 뜻을 드러낸 바 있다. 그 해 3월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는 “새로운 병진노선의 참다운 우월성은 국방비를 추가적으로 늘이지 않고도 전쟁억제력과 방위력의 효과를 결정적으로 높임으로써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 힘을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며칠 전의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도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의 철저한 관철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현실은 북한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은 무한 군비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핵무력을 강화한다지만 실제로는 미국과의 군비경쟁 악순환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고, 전략자산 위협에 맞서 계속해서 신무기를 개발하거나 기존 무기를 개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몇 배 더 많은 국방비를 투입해야 한다. 핵과 미사일 개발 비용보다 유지, 관리 비용이 더 들어갈 게 뻔하다. 미국과의 과도한 군비경쟁은 결국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을 크게 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기 현대화는 또 다른 위협을 부르는 빌미가 돼 상황을 더욱 불안정하게 할 뿐이다.

항시적 전쟁 발발의 우려와 군수 사업에 투입될 자원 낭비 등을 가정하면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목표달성은 요원한 과제가 되고 만다. 그 동안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플러스 성장까지 이끌었으나 6차 핵실험 이후 부과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5와 미국의 독자 제재는 북한의 외화수급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공식통계만 놓고 봐도 연간 최소 15억 달러의 외화수입 감소가 예상된다. 물론 북한은 비공식 거래를 통해 일정 부분 감소분을 메우려 하겠지만 이에 협조하지 않는 중국의 강경한 태도를 고려하면 외화 수입의 대폭 감소 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외화수입의 감소는 중간재 및 자본재 수입 감소로 이어져 생산과 소비 모두 위축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자력갱생과 과학기술로 지금의 난국을 버티겠다는 각오지만 무모한 시도로 비친다. 핵미사일 개발경쟁 딜레마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면 김정은 정권의 미래는 매우 어두울 수밖에 없다. 향후 북한 정세를 가늠할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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