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영하 기자

등록 : 2018.02.05 04:40
수정 : 2018.02.05 09:24

[단독] 사망 사고 목동 엘리베이터, 점검은 올 A

등록 : 2018.02.05 04:40
수정 : 2018.02.05 09:24

지난달 20일 1명의 목숨을 앗아간 목동 '행복한백화점' 엘리베이터의 12월 자체점검표 일부. 1시간30분간 이뤄진 점검에서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브레이크시스템'은 물론, 같은 달 정기검사에서 지적된 '파이널리미트스위치'를 포함해 71개 모든 항목에서 A를 받았다. 국가승강기정보센터

지난달 20일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 엘리베이터는 자체점검에서 ‘올 A(양호)’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사고는 점검 40일만에 발생했다. 부실하고 형식적인 엘리베이터 자체점검이 안전사고 주범이었던 것이다.

4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행복한백화점 엘리베이터 자체점검표(점수 A~C)에 따르면, 사고 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2월 11일 자체점검 71개 모든 항목에서 A를 받았다. 당시 승객을 숨지게 한 갑작스런 추락 원인으로 추정되는 ‘브레이크 시스템’도 A였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사망 사고 나고 이틀 뒤 재차 이뤄진 자체점검에서야 ‘C(긴급수리 또는 수리 필요)’를 받았다.

역시 A였던 ‘파이널리미트 스위치’는 자체점검 9일 뒤(12월 20일) 진행된 승강기안전공단 안전검사(합격 불합격 여부만 판단)에선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파이널리미트 스위치는 위아래 제일 마지막 층에 멈출 때 최소한의 안전공간을 확보하도록 엘리베이터가 지나가면서 누르게 만든 스위치다.

A 행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해당 백화점 승강기 유지관리를 맡은 Y업체는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매달 17개 엘리베이터 모든 점검 항목에 A를 부여했다. 말 그대로 점검만 하면 무조건 A를 주는 ‘A 자판기’나 다름 없었다.

Y업체뿐 아니다. 지난해 6월 사고로 사상자 2명을 낸 경남 창원의 상가 엘리베이터도 사고 직전 자체점검에서 올 A를 받았다. 결국 해당 엘리베이터 유지관리 담당자와 업체 대표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됐다.

일상에서 아찔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대학생 조수빈(26)씨는 지난달 서울 강남구 한 대기업 건물 엘리베이터에 갇혔다. 지하1층에서 탔는데 올라가지도, 문이 열리지도 않았다. 비상벨을 누른 조씨 일행에게 관리실이 “1층으로 올려주겠다”고 한 뒤에도 수십 분간 움직이지 않던 엘리베이터는 1층을 지나 9층까지 올라가 문이 열렸다. 다시 탈 용기가 나지 않아 1층까지 계단으로 내려왔다는 조씨는 “짧은 경험이지만 매일 타야 하는 엘리베이터에 대한 공포심이 생겼다”고 했다. 해당 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자체점검 모든 항목에서 ‘양호’에 해당하는 A를 받았다.

관련법상 엘리베이터 점검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1~2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안전검사 ▦보통 건물주와 계약을 맺은 유지관리업체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실시하는 자체점검으로 나뉜다. 안전검사가 있으니 굳이 자체점검에 공을 들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실제 자체점검에서 엘리베이터 한 대를 점검하는 데 드는 시간은 1시간30분. 엘리베이터 기계실, 승강기 실내, 승강기 위, 각 층 승강장 등을 이동하며 최대 78개 항목을 점검하기엔 빠듯한 시간이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자체점검은 주로 육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아주 짧은 시간에 점검이 이뤄진다”며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점검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건물주와 유지관리업체의 엇나간 공생관계가 부실 점검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승강기학회 관계자는 “유지관리업체는 계약을 따고, 건물주는 형식적인 A 결과를 얻어가는 식”이라며 “건물주에 대한 사고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년간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신고된 엘리베이터 고장은 2만2,000건이 넘고, 사망이나 큰 부상으로 이어진 사고는 254건에 달한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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