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기억할 오늘] 포경선 에섹스호 침몰( 11.20)

입력
2017.11.20 04:40
30면
0 0
허먼 멜빌의 '모비딕' 1902년판 삽화. 멜빌은 1820년 오늘 침몰한 포경선 '에섹스호'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모비딕'을 썼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 1902년판 삽화. 멜빌은 1820년 오늘 침몰한 포경선 '에섹스호'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모비딕'을 썼다.

미국 포경선 에섹스(Essex)호가 1820년 11월 20일 에콰도르 서쪽 약 3,700km 해상에서 거대한 향유고래의 공격으로 침몰했다. 선장 등 선원 20명은 소형 작살 보트 3 대에 나눠 타고 표류, 5명이 숨지고, 7명은 생존자의 식인에 희생됐다. 95일 만에 8명만 구조됐다.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은 저 사건을 모티프로 ‘모비 딕’(1851)을 썼지만, ‘대결 이후’는 작품에 담지 않았다.

에섹스호는 27m 길이에 적재톤수 239톤의 작은 포경선으로, 1799년 진수한 이래 꽤 좋은 조업 실적을 올리며 행운의 배로 불렸다고 한다. 8.5m 길이의 소형 작살 보트 5대를 싣고 매사추세츠 주 낸터킷 항을 출항한 것은 1819년 8월 12일, 2년 반 일정으로 남미 서부해안에서 고래를 쫓을 예정이었다. 선장 조지 폴러드 주니어(George Pollard Jr)와 1등항해사 오웬 체이스(Owen Chase)는 각각 29세와 23세의 젊은 리더들이었다.

출항 이틀 만에 거센 돌풍을 맞아 상돛대 하나가 부러지는 불운을 겪은 에섹스호는 이듬해 1월 남미 최남단인 칠레 케이프혼에 도착해 5주간 머문 뒤 서부 해안을 따라 북상하며 고래를 쫓았지만 한 마리도 포획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른 포경선들로부터 경도 5~10도 위도 105~125도 사이 먼 바다에서 고래 떼를 목격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선장은 연안을 벗어나는 모험을 감행했다.

10월 본격적인 포경에 앞서 갈라파고스 제도의 찰스 아일랜드(현 플로리아나 아일랜드)에 들러 자이언트 거북 약 300마리를 포획해 비상식량으로 실었는데, 조타수가 장난으로 지른 불로 건기의 섬 전체를 잿더미로 만드는 참화를 빚기도 했다고 한다.

11월 16일 고래 해역에 도착한 에섹스호가 작살질에 열을 올리던 무렵인 20일 오전 8시.약 26m 짜리 향유고래가 작심한 듯 배를 향해 돌진했다. 가속을 위해 거의 수면에 몸을 드러낸 채 배를 들이받은 고래는 잠깐 휴식을 취한 뒤 2차 공격을 감행, 에섹스호의 선수를 박살낸 뒤 유유히 사라졌다고 한다. 생존자들은 표류 중 인육을 먹었고 제비뽑기로 희생자를 정하기도 했다고, 훗날 수기 등을 통해 밝혔다.

고래가 포경선을 공격하는 예는 아주 드물지는 않다고 한다. 포경은 공식적으로 사라지고 화물선이 대형화하면서 근년에는 컨테이너 선박에 부딪혀 향유고래나 흰수염고래 등이 숨지는 사례가 있다. 최윤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