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윤주 기자

등록 : 2018.01.11 15:39
수정 : 2018.01.11 18:21

[북 리뷰] '신노년' 베이비부머의 인생 이모작

고영직 외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등록 : 2018.01.11 15:39
수정 : 2018.01.11 18:21

흡사 영화 ‘인턴’의 한국형 모델 같은 이들의 생애는 준비된 노년은 사회의 짐이 아니라 힘이 된다는 걸 보여준다. 게티이미지뱅크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고영직 김찬호 조주은 지음

서해문집 발행ㆍ246쪽ㆍ1만3,500원

“서울 거리에는 왜 노인들이 눈에 띄지 않지요?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지난해 5월 첫 방한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자신을 수행하러 나온 한 교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한국의 가난한 노인은 돈 없어 거리에 못 나오고, 부자 노인은 안락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니 거리에 나올 일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국 복지시스템의 부재와 노인층의 양극화를 한 장면으로 꿰뚫는 통찰력을 보며 외치게 된다. 노벨상은 노벨상이다.

그리고 노인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시한폭탄처럼 들고 있는 한국은 2016년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베이비붐세대(1955~1963)는 막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이 거대한 인구는 이제 어떻게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할까.

신간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문학평론가 고영직, 사회학자 김찬호, 여성학자 조주은이 베이비부머 3인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안양문화예술재단이 대중강좌 형식의 오픈토크를 했다. 그리고 인터뷰에 응한 베이비부머가 각자의 좌표를 그리는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책은 이 전체를 다듬고 편집했다.

‘비약적인 경제성장 시기 유년과 청년기를 통과했고, 저항의식과 패기로 민주화를 이뤄낸 정치적 실세. 독재 탄압을 받았지만 번영의 결실도 가장 많이 누린, 소통능력 부족한 꼰대.’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학력 자본, 문화 자본, 경제력이 그 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신노년’이다. 저자들은 꼰대 짓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걸 제외하곤 베이비붐세대 특징을 두루 갖춘, 모범으로 불릴만한 이들을 인터뷰어로 선정했다. 평생 은행원으로 재직하다 은퇴 후 동네 예술가와 철공소 아저씨들을 연결하는 ‘문래동 홍반장’ 최영식(64)씨, 전업주부로 살며 안양 최고 ‘자원봉사 달인’으로 불리게 된 김춘화(58)씨, 혁신학교 모델이 된 이우학교 초대 교장 출신의 정광필(61)씨다.

전주 최씨 3대 독자인 최씨는 격랑의 시대에 ‘비켜서 있던 삶’을 반성하며 은퇴 후 여러 사회운동 모임에 적극 참여한다. 은퇴 후 장모 장례식에 찾아온 이들만 남긴 채 연락처를 정리한 그는 정년 이후에는 시간의 과잉, 관계의 빈곤에서 벗어나 삶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갈 것을 제안한다. 김씨가 딸, 아내, 어머니, 며느리로서 감내해야 하는 지난한 돌봄 노동을 극복할 수 있던 힘은 봉사다. 봉사를 하며 취득한 전문 자격증은 경제적 의미의 노후 걱정까지 덜어 주었다. 정씨는 노동운동과 교육 운동에 헌신해 오다, 베이비부머의 인생 이모작을 위한 노년 공동체(50+인생학교)로 이어지는 중이다.

“저는 나이 듦에 대한 수용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퇴직 전에 이사였던 해외 지사장이었던 뭐였던 ‘뭣이 중한데’요.”(최영식)

“지금 수준에서 (베이이붐세대는) 꼰대일 수밖에 없어요. (인생학교는) 베이비부머세대가 꼰대처럼 자기중심적인 이야기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니라 타인의 말을 귀담아들을 줄 알고 대접받으려고 하기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나눌지 고민하도록 돕는 거죠.”(정광필)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말한다. 베이비붐세대 은퇴 후 미래를 위한 첫 번째 도전은 자신이 걸어온 평범한 삶의 궤적에 숨어 있는 비범함을 마주하는 일이라고.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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